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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피크앤드 법칙과 같은 특별한 감동은 필요 없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07일 14시59분

미국 대도시에 50년 동안 핫도그 세트를 1달러 50센트(한화 약 2,000원)만 받고 파는 유명한 상점이 있었다. 이 세트는 50년간 변치 않는 가격으로 고객에게 깊은 신뢰를 얻었다. 그와 더불어 핫도그 세트가 이 매장의 상징(symbol)이 되어 오랫동안 많은 고객이 몰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쇼핑을 마친 후 마지막에 만날 수 있도록 핫도그 코너가 배치되어 있었다. 왜 그렇게 배치하였을까?

그것은 이러한 이치와 유사하다. 이를테면 마치 영화의 경우에 발단과 전개 과정을 지나 위기와 갈등이 와서 관객의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고 긴장과 초조가 지속되게 하다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 급반전으로 크나큰 기쁨을 주게끔 해피앤딩으로 구성해 놓는 것과 같다.

또한 그것은 마치 가요공연장에서 보통 수준의 가수들을 순서대로 나오게 하여 공연하다가 막판에 당대 최고 인기가수를 내보내어 감동을 선사함으로써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게끔 꾸미는 것과 같다. 왜 그렇게 구성하였을까?

최근 몇 년 간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트롯 가요대회에 열풍이다. 가수 지망생들이 전문 뮤지션에게 심사 받는다. 가수 지망생들은 나름대로 노래의 끝맺음을 멋지게 장식하려고 노력한다. 멋진 끝맺음이야말로 점수 반영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중간 부분도 잘 불러야 하지만,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하느냐가 평가의 관건이기도 하다. 왜 이렇게 휘날레(finale)를 중시할까?

이는 피크엔드 법칙이다. 피크엔드(peakend)는 절정을 뜻하는 피크(peak)와 마지막을 뜻하는 엔드(end)가 결합된 단어이다.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평가할 때 경험하는 시간과 상관없이 그 경험의 강렬한 타임인 “절정의 순간”과 “마지막 때”를 기준으로 하여 평가하거나 결정한다는 법칙이다. 결국 쇼핑 후에 마지막 순간에 먹게 된 그 핫도그는 ‘오늘도 쇼핑을 싸게 잘했다’는 좋은 감정을 남겨주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음악공연에 있어서도 최고의 가수가 맨 마지막에 나와서 멋진 휘날레를 장식하면, 중간에 다소 지루했다고 하더라도 청중들은 오늘 아주 좋은 공연을 관람했다고 느낀다. 맘속으로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느낌을 유발하는 장치가 곧 피크엔드의 법칙이다. 이는 청중이나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카타르시스, 그것이 일시적이나마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사실 이 느낌은 주관적 오류인 인지편향의 일종이다. 인간의 뇌의 인지편향적인 성격을 하나의 장치(device)로 잘 이용해서 문학예술 혹은 상품판매 전략에 이용한 것이다.

12.3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책임자에 대한 헌재(憲裁)의 선고가 늦어져서 국민 모두는 불안했다. 파면이든 기각이든 신속히 결정해야 했어야 했다. 물론,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용(龍)의 탈을 쓴 마귀가 벼락 맞아서 떨어지면 말할 나위 없이 우리의 맘속이 후련해질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불안함이 극도에 달해 장(腸)이 뒤집힐 지경에 이르게 하면 국민은 괴롭다. 연극이나 영화와 같은 픽션과 우리가 겪는 현실은 서로 다르다. 지난 4월 4일 헌재가 대통령 파면 판결하였다. 다행이다. 그렇더라도 국민은 할 말이 있다. 눈치 보며 판결 지연시킨 일은 국민을 퍽 괴롭혔다. 사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피크앤드든 클라이막스든 간에 그런 건 중요치 않다. 오로지 우리 국민이 마음 편안하면 그저 좋을 뿐이다.

/유종국 전 전북과학대학교 교수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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