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글로벌 리포트] 테르메즈 :국경 위의 도시, 문명의 교차로에서 생존을 말하다.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4월 06일 15시20분

수르한다리야 강 한가운데 태양이 걸렸다. 강렬한 햇빛을 반사하며 물결이 일렁이고 바람은 뜨겁고 건조하다. 강을 가운데 두고 길게 늘어선 트럭들이 족히 1km는 되어 보인다. 일부는 식료품을 싣고 있고, 일부는 다양한 물품들과 연료통을 가득 채우고 검문소를 향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의 모습이다. 국경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통로이고, 정치적 거래의 공간이며, 한 나라의 미래가 걸린 장소이다.

우즈베키스탄 최남단의 도시 테르메즈 이곳은 생존의 경계이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 다른 한쪽에는 중앙아시아의 신흥 경제국 우즈베키스탄이 있다. 국경은 하루에도 수십 번 열리고 닫히면서, 그때마다 사람들의 운명이 결정하는 듯하다. 어떤 날은 트럭들이 차례로 통과하지만, 어떤 날은 단 한 대도 움직이지 못한다. 국제 사회의 결정이 내려지면, 국경이 금방 닫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아프가니스탄 안에서는 빵이 사라지고 연료가 바닥나며, 거리의 불이 꺼진다.

검문소에서 대기하는 한 트럭 운전사는 줄담배를 피우고 있다. 길게 늘어선 트럭들 사이에 몇몇의 건장한 남자들은 모여서 소담을 나누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번호판을 단 트럭들은 모두 서구에서 만든 꽤 좋은 트럭이다.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하는지 알 순 없지만 트럭들은 모두 생존을 위한 젓 줄기 처럼 보인다.

2300년 전에도 태양은 여전히 뜨거웠을 것이다. 먼지를 일으키며 진군하는 군대가 이 강을 건너왔다. 선봉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있었다. 그의 병사들은 갑옷을 걸친 채, 타는 목을 축이며 험난한 길을 따라 그리스에서 이곳까지 전진해 왔다. 기원전 329년 알렉산더 대왕은 박트리아를 점령한 후 인도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이 지역을 통과했다. 이 지역을 지날 때 너무 더운 나머지 알렉산더 대왕은 이곳의 이름을 그리스어로 덥다는 의미인 ‘테르메즈’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의 군대는 강을 건너며 적들과 부딪혔고 지역 부족들은 저항했다. 소규모 전투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결국 알렉산더의 군대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헬레니즘 문화가 남았다. 그의 정복은 단순한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문명의 흐름을 바꾸는 사건이었다.

한때, 이 지역은 서방 불교의 중심지였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는 않다. 이슬람 문화가 강한 이곳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남아 있는 불교 유적들이 마지막 남은 증거이다. 테르메즈는 인도와 박트리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거점이었고 인도에서 발현된 불교는 서쪽인 이 지역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꽤 융성한 문화와 지지자들이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은 법당과 요사체로 밝혀진 파야즈-테페와 카라-테페가 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버마 지역까지 그 유명한 헬레니즘 미술과 간다라 미술이 융합된 불교문화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불상의 얼굴에는 그리스적 요소가 있으며, 스투파(산스크리트어:석탑)에서 발굴된 유적에서는 동서양의 미학이 혼합되어 있다. 7세기 후 이슬람이 이 지역을 지배하면서 불교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사원은 폐허가 되었고, 스투파는 모래 속에 묻혔다. 그러나 땅은 기억하고 있었다. 소비에트 시절 역사학자들에 의해서 모래 속에서 부처상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한때 세계의 종교가 공존하던 장소였음을 다시 새롭게 상기시키고 있으며, 지금은 일부 불교 유적을 찾는 아시아인들이 종종 방문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는 이곳에 붉은 별이 새겨진 소련군의 탱크들이 수르한다리야 강을 건너 아프가니스탄으로 진입했다. 테레메즈는 소비에트 연방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주요 거점이었다. 테레메즈-헤이라톤 다리는 소련군이 물자를 보급하는 핵심 보급로가 되었고, 이곳을 통해 매일 병력이 이동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테레메즈는 거대한 군사 기지로 변모했다. 도시 곳곳에는 소련군 병영과 보급 창고가 들어섰다. 야전 병원과 전술 지휘소가 설치되었고 냉전 시대 동안 이 도시는 전쟁을 위한 군사 허브가 되었다. 1979년부터 소비에트가 해체 직전인 1989년 2월 15일, 소련군이 철수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이어진 전쟁에서 테레메즈는 여전히 국경선 위에 있었고, 전쟁의 기억을 품고 있다.

이제, ‘테레메즈-헤이라톤 다리’는 ‘우즈베키스탄-아프가니스탄 우정의 다리’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을 잇는 생명선이 되었다. 국경을 중심으로 매일 수많은 화물차들이 이 다리를 건넌다. 2020년에는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간 교역 규모는 약 57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우즈베키스탄 전체 대외 교역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양국의 지리적 인접성을 고려할 때 그 의미는 남다르다.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 밀가루, 전기 에너지, 비료 등을 수출하며, 아프가니스탄의 일상생활과 경제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 후, 국제 사회는 새로운 정권에 대한 인정 여부를 두고 논의가 분분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은 지역 안정을 위해 탈레반과의 정치적 관계를 유지하며, 아프가니스탄의 사회경제적 상황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국제 사회가 아프가니스탄을 고립시키지 말고, 지원과 협력을 통해 지역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총리는 탈레반 집권 이후 최고위급 인사로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 이는 양국 간 정치적 대화를 강화하고, 경제 협력을 확대하려는 우즈베키스탄의 의지를 보여줬다. 또한 UN에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를 연결하는 철도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지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경제 허브 건설에 뜻을 두고 있다.

테레미즈는 단순한 국경 도시를 넘어, 인도적 지원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 국경 검문소 바로 옆에 자유무역지대가 개장했다. 자유무역지대에는 호텔과 병원, 약국, 은행, 쇼핑몰, 각종 기자재, 전자제품, 놀이공원, 아프가니스탄 공예품 상점 등이 있다. 외국인도 여권만 있으면 간단한 검문을 받고 들어갈 수 있다. 최근에 방문했을 때 꽤 깨끗하고 잘 정리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있고 그들은 한결같이 밝게 웃고 있었다. 초콜릿이나 과자를 도매로 파는 상점들이 많이 있었는데 대량으로 구입하는 아프가니스탄 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손에 엑스레이 필름을 들고 있었다. 운영되고 있는 병원에 방문한 것으로 보였다. 부르카를 쓰고 있는 여성도 간혹 보였지만 대부분은 남성들이었다. 탈레반 복장을 하고 있는 남성들도 보였고 파슈툰 특유의 외모를 가진 남성들도 많이 보였다. 자유무역지대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었다.

최근, 들리는 소식으로는 테레메즈에 위치한 물류 허브가 유엔 난민기구 고등판관 사무소(UNHCR)의 글로벌 공급망 창고 지위를 공식적으로 부여받았다. 아프가니스탄과의 인접성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오랜 기간 물류 중심지 역할이 주목을 받은 것이다. 유엔 난민기구 글로벌 공급망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매년 5억 달러의 필수 구호 물품을 관리할 수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구호 물품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여전히 아이들에게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수면제를 주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린다. 이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해가 진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수르한다리야 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물살은 국경을 가르지 않고, 바람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나른다. 알렉산더의 군대가 지나갔던 길 위로, 많은 종교인들이 흔적을 남겼고 실크로드 상인들이 발자국을 남겼고 소련군의 전차가 궤도 자국을 남겼다. 시대가 변해도 이곳을 지나는 이들은 늘 사람이었다. 바라기는 유엔 난민기구의 창고가 희망을 보관하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고 국경이 막히지 않고 계속된 지원과 경제 활동이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를 바란다.

/우즈베키스탄=정빛나라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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