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역의 재발견]국가유산에 다가오는 화마(火魔), 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01일 16시16분

매년 이맘때쯤 산불 뉴스에 전국이 난리였지만, 올해는 더 심각했다. 지난 21일부터 경남, 경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산불의 주불은 다행히도 모두 진화되었으나, 이번 산불은 인명과 재산 피해 모두 역대 최대 규모 피해였다. 특히 일주일에 걸친 산불에 주로 산림에 위치한 국가유산 피해도 컸다. 국가 보물인 사찰부터 천연기념물, 명승지를 비롯하여, 정자, 고택, 사당, 석불까지... 전란 속에서도 살아남으며 몇백년을 한 자리를 지켜온 문화유산, 자연유산은 불 앞에서 속절없이 사라졌으며 다 타버린 잔해를 보고있노라면 허망할 따름이다. 코앞까지 다가온 화마 앞에서 관계자들은 국가유산을 지키기 위해 잔불을 끄고 물을 뿌리고 방염포를 씌우고 방재선을 확보하며 전력을 다했다. 우리 전북동부지역 역시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이 지리산 국립공원으로 번지며 남원시 지리산 일대까지의 확산 가능성, 무주군 발생 산불의 인근 진안지역 확산 우려가 있어, 인근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긴급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비상 대기 및 산불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현재 불이 진화되었다고 하니 이보다 더 다행일 수 없으나, 또다른 산불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국가유산은 대체로 산림에 위치하고 목재로 이루어져 내외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크고 대부분 거주자도 없을뿐더러, 화재발생 시 소방인력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국가유산 화재를 대비한 방재 시스템 구축에서 나아가 주변 환경 개선이 시급하며 이는 당해 유산만이 아닌 주변 산림지에도 해당 되는 부분이다. 현재는 소화기, 소화전 설치, 건물 내 화재감지기 설치 등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애초에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다가오는 불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막을 조치는 했지만, 애초에 막기 힘든 불이다. 불이 안 나도록 조치를 강화해야한다.

현재 경북산불 최초 실화는 묘소정리 중 발생, 과수원 쓰레기 소각 중 발생, 경남 산청 화재 역시 예초기 사용 중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실화인 것을 알지만 이렇게까지 큰 재앙이 돼버리니 그저 뭐라도 탓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최초 발화 원인과 별개로 산불이 이렇게까지 확산 된 것은 기후적 요인이 크다. 이번 대형산불이 시작된 의성군은 예부터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지역이었으며, 최근 고온건조한 환경이 심화되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영남권의 산불을 비롯해 전국에서의 연쇄적인 동시다발적 산불도 이러한 환경 영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 밖에 산불 예방 미흡 또한 산불의 확산 요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20여년 전부터 의성군이 침엽수림이 많고 강수량이 적어 대형산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해왔음에도 산불 CCTV가 단 한 대도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주민의 실화가 기후적인 요인과 예방책의 미흡, 소나무의 화재 취약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산불이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야말로 괴물처럼 다가온 화마는 작은 불씨로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화재는 불과 같이 살아온 인류의 역사에서 아득한 먼옛날부터 있어왔지만 개중 대규모 화재는 재앙을 넘어 마귀와 같다고 비유하여 화마(火魔)로 불렸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검게 그 흔적만이 재가되어 남아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복구될 수 있을까. 하나뿐이었던 전소된 국가유산은 이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지나간 과거를 기억하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며 현재 남아있는 것들은 잘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의 복권기금과 전북특별자치도청의 지원을 받아 문화유산돌봄사업을 진행하며, 도내 동부권역 8개지역의 385개소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2011년부터 국가 및 도지정, 비지정유산을 관리하며 목조, 석조, 근현대건축, 천연기념물 등 각 재질 특성에 맞게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전문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힘쓰고 있다. 또한 작은 훼손부의 경우 큰 범위로 확장되기 전 경미하게 수리하여 예방보존하고고, 국가유산 분야의 전공자와 국가유산수리기능자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진행함으로써 국가유산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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