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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 평사리와 섬진강을 그리다

‘섬진강 화가’ 송만규, 악양 갤러리 ‘빈산’ 기획초대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0월 13일 15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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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의 갤러리 빈산이 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강물은 흘러서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송만규 작가의 기획초대전을 연다.

그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일대와 섬진강을 수묵화로 그려냈다.

작가는 20년을 줄곧 섬진강을 오르내리며 강의 사계를 수묵으로 담아온 '강의 묵객'이다. 최근에는 섬진강을 넘어 만경강, 임진강 멀리 두만강과 해란강까지 작품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악양 평사리 일대는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이자 5백여 리 섬진강에서도 가장 넓고 비옥한 무딤이 들판과 섬진강, 지리산이 어우러져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산과 들에 내리는 작은 빗방울이 모여 작은 시내를 이루고 그 물줄기가 모여 강을 이룬다. 강들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어떤 강도 똑같은 강은 없다. 강물은 혼자서 흐르지 않고 늘 주변을 끌어안으며 묵묵히 흘러간다. 강에는 강과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들이 있고, 강과 더불어 오랫동안 살아온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이 배어 있다.

“강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 흐르면서 주변에 도움을 주는 나눔정신, 물줄기 하나씩이 어느 것과 다툼없이 만나는 포용과 대의, 장애물로 막혀 있으면 우두커니 머물지 않고 돌아가는 여유로움의 지혜를 합한 그 무엇입니다.”

작가는 일찍이 이곳을 섬진 8경 중 6경으로 정하고 화폭에 담은 바 있지만 이번 전시는 특별하게 무딤이 들판의 부부송과 땅별, 은모랫벌과 같은 새로운 대상을 포착하여 '소상낙원'이라 불리는 악양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이 된다.

전시는 섬진강의 비경을 20m가 넘는 대작으로 표현하는 광폭의 대가가 산골짜기 외양간을 고쳐 만든 작은 마을갤러리에서 전시를 한다는 점에서도 뜻이 있다. 항상 낮은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중국의 사상가 묵자의 사상과 결을 같이 한다.

송화백은 “언젠가, 온몸이 아리도록 매서운 꽃샘추위를 안고 섬진강 강변을 종일토록 헤맸다. 나의 삶, 나의 존재라는 새삼스러운 화두를 잡고 물길 따라 걸어 다녔다”면서 “강물은 구시렁거리지 않고 묵묵히 기웃거렸다. 메마른 곳, 목마른 사람은 적셔 주고, 있어야 할 곳이라면 잠시 머물다가 기꺼이 섬세하게 배려하며 낮은 곳으로 만 흐른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작가는 또 다른 역사의식과 감흥을 불러내며 섬진강과 하나가 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리고 계절마다 산기슭에서 산꼭대기로 오르내리며 가슴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유난히 남아 있는 여덟 곳에 집중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섬진팔경의 사계절이 그림이 됐다.

작가의 '강의 사상'은 단순 풍경과 개인의 고통을 넘어, 현실과 시대의 과제상황으로 돌아온 내력이‘강의 사상’으로 체화된 것이다. 작가의 깊고 따뜻한 시선이 머물렀던 곳을 통해 물을 따라 강을 따라 유유하게 구도의 발걸음이 되어간 과정이다. 송화백은 자연에 한 몸을 묻은 자신의 젊은 날처럼 독자들 역시 생명의 물이 전하는 깊은 자각의 차랑한 소리도 들을 수 있길 원했다.

그는 젊은 날 미술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온몸으로 맞서 싸웠다. 어느 날 섬진강의 작은 물방울을 발견하며 삶과 그림의 대전환을 가져오게 되는데 작가는 이를 ‘다시 붓질’이라 표현한다.

송화백은 격동의 1970~80년대 민중미술가로 살아온 그는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민미련) 의장,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전북지회장 등을 지냈다.

1993년 문민정부 이후 놓았던 붓을 다시 잡았다. 1993년 첫 개인전 ‘이 바닥에 입술을 대고’를 시작으로 강을 주제로 한 대작을 선보이며 국내외 개인전 및 여러 단체전 등에 참여했다. ‘강의 묵객’, ‘물의 시인’이라 불리는 그는 현재 ‘한국묵자연구회’를 맡으며 인문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는 얼마 전까지 '한국묵자연구회' 회장을 맡았다. 올해 제4회 여산문화상을 수상다. 갤러리 '빈산'은 하동군 악양면 상신마을에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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