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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는 후백제시민단체들이 해냈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13일 14시05분

후백제가 없었다면 조선왕조도 전주도 없었다. 후백제를 일으킨 전주사람들이 조선왕조 개국의 주역이었다.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였고, 조선왕조의 본향일 뿐이다. 그런데 전주시는 정체성없는 한옥마을팔이에 치중할 뿐 후백제 왕도의 실체를 찾는 작업은 뒷짐지고 먼 산만 바라본다. 다행히도 지난 9월 11일 국가유산청은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를 전주 유치 결정을 내렸다. 전주시도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동안 전주시에서 활동하는 후백제시민단체의 노력이 큰 힘이 되었다.

후백제 왕도 전주에서 후백제연구회(2015)가 발족되어 후백제학회(2019)를 출범시켰으며, 후백제선양회(2017)가 견훤대왕 숭모제를 지내오고, 후백제시민연대(2019)가 후백제 유적답사와 학술세미나, 워크숍, 토론회 등을 해오고, 가야문화연대(2022)가 가야사와 후백제사를 연결짓는 활동을 해오고, 전북역사문화교육원(2022)은 후백제강좌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그동안 후백제학회와 후백제시민단체들은 전주에 왕도를 두었던 후백제와 견훤대왕 바로보기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후백제시민단체들은 부정적이고 왜곡된 후백제의 역사인식을 바로잡는데 앞장 서 왔다.

지난 2022년 12월 말 후백제시민단체들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후백제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주도하여 실현시켰다. 이처럼 전주에서 활동하는 순수 민간단체인 후백제시민단체들은 비(非)정부단체(NGO)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에서도 후백제시민단체들은 신속하고 보이지 않게 눈부신 활동을 하였다.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 신청이 전주와 광주로 압축되면서, 8월말에 후보지 선정 결정이 9월로 순연되었고, 때마침 광주광역시가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에 골몰하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상황은 긴박해졌다. 그동안 후백제시민단체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닥쳐왔다.

후백제시민단체들은 두 차례 긴급회의를 개최하여 대응책을 논의하였다. 후백제시민단체들은 광주광역시를 자극하지 않고 조용히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민의 힘을 결집시키는 방법 밖에 없었다.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 시민서명운동을 신속하게 벌이기로 하고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한 끝에 1주일만에 3,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명부를 관계기관에 제출하였다. 국가유산청은 9월 11일(수) 오전 광주광역시와 전주시가 피피티 발표 직후에 전주 유치를 결정하였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전주 후백제시민단체들이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에 노력해온 열정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의 힘보다 시민단체의 역량과 결집된 힘이 성과를 가져온 것이다. 후백제시민단체들은 후백제특별법 국회 통과에 이은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에 쾌거를 이루었다. 후백제특별법의 성과가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전주 유치에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동안 후백제시민단체협의회는 후백제 고도 지정 및 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 후백제 왕궁,왕릉,사찰,도성 등 후백제 왕도 복원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칼럼․사설 등 언론기고, 세미나, 토론회, 워크숍 등 다양하게 전개해왔다. 전주시는 이번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 1등공신은 후백제시민단체 임을 망각하지 마라. 전주시는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유치 결정 이후에도 축하 현수막 하나 걸지 않았다. 후백제시민단체에서 내건 축하 현수막은 하룻만에 철거되었는데, 정치인이 유치 확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현수막은 버젓이 걸려 있다. 후백제시민단체의 공이 유치 확정에 크게 기여하였음에도 전주시청 어느 누구도 후백제시민단체에 감사 의사 표시는 커녕 전화 한통도 없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방선거 후보자 시절 후백제시민단체가 제안한 후백제왕도 복원프로젝트에 1조3천억원을 유치하겠다고 기자회견(2022.4.3. 보도)까지 하였었다. 그러나 시장 당선 이후에는 뜬금없는 왕의 궁원 프로젝트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 왕의 궁원 프로젝트는 후백제왕도 복원을 속 빈 강정으로 만들 우려가 크다. 전주시는 알맹이도 없이 포크레인 개발 논리로 가득찬 왕의 궁원 프로젝트에 후백제왕도 복원 사업을 끼워넣기 하지마라.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전주시의 후백제역사인식이 얼마나 얄팍한지 알 수 있다. 이제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이 눈 앞에 다가왔다. 정체성도 없고 불투명한 왕의 궁원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지 말고 후백제왕도 복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이전에 전주시는 왕궁, 왕릉, 도성 등 후백제의 실체를 찾는 발굴 사업과 후백제왕도 복원과 견훤대왕의 선양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전주시로 진입하는 전주역과 고속도로 톨게이트 주변에 ‘후백제 왕도 전주’를 알리는 입간판도 없다. 관광객 천만시대 전주 한옥마을의 그 많은 공공시설가운데 후백제역사관 조차 없다. 후백제시민단체는 자랑스러운 후백제를 만들려고 하는데, 전주시는 정말 후백제가 그토록 싫습니까.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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