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메아리]영성靈性이 사라진 시대의 ‘침묵’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소식을 접하고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13일 14시04분

지금 우리나라는 영성靈性이 사라진 시대이다. 어떤 정신적인 가치도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사회화 되는 순간 곧바로 그것은 “돈으로 얼마?”라는 물신적 계산으로 환치된다.

엊그제 우리나라 노벨상 소식이 터져 나온 다음에, 그 어느 매스컴에서도 이 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세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없고, 그와 관련된 상품들의 움직임만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다가, 그런 관련 상품들 소식이 끊어지자 곧바로 세상은 조용해지기 시작하고 있다. 심지어 수상 작가 상금의 세금을 얼마나 떼느냐에 관한 것도 곧바로 기사거리가 되는 걸 보았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아마 얼마 안 가서 곧바로 조용해질 것이고, 몇몇 매스컴에서 특집 방송으로 이 노벨상 수상 작가에 관한 특집 방송을 준비할 것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조금 더 빨리 세상은 조용해질 것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이 시대는 무언가 사건 상으로 쇼킹한 것, 물질적으로 거대하고 압도적인 것을 순간적으로 열렬하게 원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숲속의 고요’를 참을 수 없고, 그런 고요라는 것에 잠시도 머물러 있으면 곧 바로 불안해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그런 ‘고요’를 깨고 어디론가 빨리 달려가야 하고, 무엇인가 쇼킹한 것이 벌어지고 일어나야 하고, 아니면 영화나 동영상물로라도 좀 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것들이 끊임없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지어 내가라도 거리로 나가 누군가를 칼로 찌르거나 음주 운전으로라도 어디를 그냥 들이받아야 속이 시원한 시대이다.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이 작가는 아마도 이런 문제에 대해 혼자 고요하게 오랜 시간을 보낸 작가로 필자는 안다. 그의 『채식주의자』를 우연히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며칠 밤을 잠이 들 수 없어 힘이 들던 기억이 난다. 그 소설의 주인공에게 강요되는 그 ‘고깃덩어리’가 꼭 지금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인간에게 막무가내로 강요하는 그 물신적 폭력이라는 생각이 너무나 오래 필자를 소름 돋게 하던 기억이 새롭다.

이번 이 기쁜 노벨상 수상 소식도 세상에서는 이 작가의 책이 얼마나 팔리고, 출판계의 출판 붐이 어떻고, 이 작가의 개인적인 삶이 어쩌고저쩌고 하다가, 얼마 안 가서 갑자기 조용해질 것이다.

이 작가는 물신적 폭력에 대한 물음에 그치지 않고, 그 다음에는 이런 물음을 정치적 폭력에로 확장해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시민 학살 사건으로, 그리고는 자유당 이승만 정권 시절의 제주 4.3 양민학살 사건에로 눈을 돌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란 소설 작업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에서는 어린 ‘동호’의 눈을 통해서,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세 여성의 눈을 통해서, 우리 현대사에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 스스로에게 가한 이 두 거대한 정치적 폭력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

한강이란 한 중년의 여성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호들갑스러운 수상 환호와 소설 판매 부수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영성靈性을 버리고 자본의 물신物神을 택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가한 그 참혹한 자학적 폭력을 좀 더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응시’하자는 것이다. 그런 나무와 같은 응시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 진정한 화해와 용서와 상생의 출구를 열어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참혹해진 세상의 답답한 나날 속에서, 이번 이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우리 모두를 잠시나마 ‘광란’의 혼돈 속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필자는 평론가로서, 이 역량이 세계적으로 확인된 중견 작가가, 이제는 오래 축적되어온 우리 민족의 삶에의 독특한 비전, 곧 해원-상생-대동의 사상을 탐구해 들어가는 방향의 작업에 몰두했으면 하고 바란다. 그것은 아마도 고 김지하 선생이 탐구하다가 중단된 그런 방향의 우리 사상사 탐구가 될 것이다.

이 작가가 아직 완상된 작가가 아니라, 이제 본격적인 시작 앞에 선 작가이듯, 우리도 이젠 이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젠 고요한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있는 숲속에 들어, 침묵하는 나무들처럼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생각할 때다.

/김익두(사단밥인 민족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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