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의 창]무한한 행복을 주는 자연공원(自然公園)

기사 작성: 박은희 - 2024년 05월 16일 14시18분

5월의 푸른하늘과 국립공원의 숲은 자연의 절묘한 조화다.

과히 세계 정상급 명품 자연생태경관을 자랑한다.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연푸른 자연이 진초록으로 옷을 바꿔 입으며 혈기왕성한 청년의 꿈을 풀어놓은 곳이다.

지금 이맘때쯤 국립공원을 찾으면 가장 건강하고 활기에찬 수목들이 뿜어대는 왕성한 피톤치드로 인해 정신건강과 육체피로를 풀고 보약한재 거뜬히 먹고오는 셈이 된다.

기암괴석사이로 흐르는 폭포수와 절벽사이에 자리잡은 소나무의 기개는 경이로움과 경외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수년전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이러한 경외심은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대상과 접했을 때 비로소 솟아나는 온몸의 전율같은 감정을 가리키는데 심리적인 불안은 물론 체내 염증수치 마져 낮춰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계에서도 경외심의 불가사의한 효과가 잇달아 입증되고 있다. 스텐포드대학에서도 270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실험에서 드넓은 바다나 웅대한 자연을 찍은 영상을 감상한 피실험자는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한다.

자연공원에 가봐야 한다.

해마다 국립공원의경우 4천만명에 이르는 탐방객이 찾아온다. 아직도 많은 탐방객들이 명품 자연의 진수인 국립공원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줄기차게 정상을 향한 수직탐방을 하고 돌아간다.

마치 국립공원이 산스장(산에 헬스장)으로 인식하고 오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알차고 가성비 높은 자연공원 탐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자연과의 교감이 먼저여야 한다.

국립공원에 가면 자연환경해설사가 상시 근무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세세하게 접할 수 없는 생태모니터링을 통한 자연의 신비로움, 야사, 전설등 그지역만의 독특한 정보는 기본이고 지형, 지질문화와 생태해설까지 도움 받을 수 있다.

또한 국립공원에는 전문가그룹회의를 거쳐 그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깃대종인 주요 동식물 각1종을 지정하고 있다.

우리 전라북도의 경우 덕유산의 구상나무와 금강모치, 내장산은 진노랑상사화, 비단벌레, 변산반도는 변산바람꽃, 부안종개 등이다.

적어도 그지역을 탐방한다면 얼굴마담격인 깃대종의 생태습성을 정확히 알고 오감을 활짝열고 새소리,물소리,바람소리에 귀기울이며 향토사학, 국보급 천년고찰까지 두루 살펴보고 돌아온다면 최고의 탐방이 될 것이다.

요즘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일일견산(日日見山:산을 보고 하루를 시작함)을 한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일일견산하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연공원에 나무를 자르고 길을 내고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엔 어김없이 가족들과 김밥을 챙겨 뒷산에 가는곳이다.

산이 국립공원처럼 산고수장하지 않더라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다람쥐가 있고 제비꽃이 피어난 오솔길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나무가 잘려나가고 조형물이 들어오고 도로를 넓혀서 속상했다.

현장에 가서보니 족히 40~50년은 되보이는 소나무들이 벌목되어있다. 그러지 않아도 참나무류에 밀려 소나무들은 섬으로 절벽으로 이주하는 자연천이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우리주변에 소나무를 보기는 힘들어 질 것이다. 새로 들어오게 될 조형물들을 위한 부지제공으로 우리조상들이 애써 산림을 가꾸어 온 아름다운 숲들이 사라지고 있다.

자연공원지역은 최소한의 동선과 안전시설을 제외하고 인공시설물이나 조형물은 가급적 설치를 자제했으면 좋겠다.

이런 시설들은 도시공원이나 조경휴게지에 더욱 적합하고 자연공원은 자연스러울 때 가장아름답고 진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여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수있다는 착각은 인간을 더욱 거만하게 만들고 이러한 태도가 생태계 파괴 뿐만아니라 결국 재앙이 되고 인간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된다.

산에서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가?

진정한 주인은 말할 것도 없이 그곳 산에서 살고있는 동식물들이다. 우리모두는 그져 나그네일 뿐이다.

서산대사께서 이런시를 남기셨다.

山自無心碧(산자무심벽) 雲自無心白(운자무심백)

其中一上人(기중일상인) 亦是無心客(역시무심객)

산은 지혼자 무심히 푸르고 구름도 지혼자 무심히 하얗고

그중에 한사람 있으니 나역시 무심한 나그네 일세

나무는 평생 우리에게 한없이 주기만 하는 영물이다. 좋은 영감과 나무가 갖는 영화로운 꽃과 잎과 열매을 주고 마지막남은 몸통은 비바람맞고 서있다 고목으로 쓰러져 유기물과 무기물로 분해되어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아낌없이 다주고 가는 우리 부모님과 꼭 닮아있는 것이다.

산이 아름다운 것은 수억만년의 원시성과 야생성이 근간을 이루고 사시사철 계절의 추위에 따라 늘 변하면서도 첫마음을 고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불편하고 투박하며 거칠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주 찾고자하는 이유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지지않는 자연)으로 우리가 가진 본연의 마음을 잘 간직하고 심미안적인 안정을 찾을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흔히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가슴아픈 말이다. 쓸만한 나무는 모두다 재목으로 쓴다는 이야기인데 인공림으로 계획육림을 하는곳이 아닌 이상 벌목은 그만 해야한다. 산은 잘생긴 못생긴 나무도 없다. 자연은 모두모두 평등하고, 공존하면서 우리 인간에게 무한한 행복을 주는 생명존중의 소중한 장소이다.

/정장훈(국립공원공단 전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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