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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16일 14시17분

전북대학교 교정 안, 푸른 녹음이 펼쳐지는 5월의 양지바른 자리에 덩그러니 하나의 비석이 놓여있다.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며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 양지바른 잔디밭 안에 자리 잡은 비(碑)는 바로 44년 만에 5·18 최초 희생자로 공인된 이세종을 기리는 추모비이다.

이세종 열사는 1959년 7월 김제에서 출생하여 전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농학과에 입학했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2학년 때였던 1980년 5월 당시 학생회 간부는 아니었지만,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고 전해지며 전북대학교 학생회관에서 농성과 유인물 제작 담당을 맡았었다고 한다. 이후, 5월 18일 당일 자정에서 새벽 1시 30분 사이 전북대학교 학생회관에서 계엄군에 의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사인도 밝히지 못하고 잊히는 듯했으나 후에 전북대학교 교내에 이세종 열사를 기리는 추모비를 세워 열사를 기리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시간 정황상 5·18의 최초 희생자로 공인되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그간 5·18의 최초 희생자로 공인받지 못했다.

이번에 이세종 열사가 5·18의 최초의 희생자로 44년 만에 공식 인정 받게 된 것은 기존의 광주 중심의 5·18에서 전국적으로 5.18의 영역이 확장됨을 나타나는 것으로 의의가 있다.

광주에서 학살이 자행되기 전, 무력 진압으로 이세종 열사가 사망했기에 이는 80년 5월의 참상이 광주 이외에 전국적인 상황이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이미 새벽에 이세종 열사가 전주에서 희생당했음을 알고도 광주에서 무력 진압이 자행된 것은 학살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었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난 3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발표한 ‘5·18민주화운동 사망 사건 조사 결과 보고서’에 최초 희생자로 공인되었지만, 이세종 열사가 희생당한 전북대 안의 무력 진압 과정과 당시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밝히지 못한 부분이 아직 존재한다. 무력 진압을 당하던 정신없던 상황에서 생존자들의 기억에 의존한 기록 이외에 당시 교내에 진입했던 계엄군의 양심고백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더 나아가, 이세종 열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인정이 필요하다. 국가 공식 행사로 매년 진행되는 5·18 공식 행사에서의 결과 보고를 통해 이세종 열사가 5·18의 첫 희생자로 공인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이세종 열사의 발자취와 생애의 조명을 통해 젊음을 바치며 지키고자 했던 만 스무 살 대학생 이세종의 뜻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세종 열사를 기억하기 위해 설치된 추모비 곁에서 따스한 봄날의 햇살 아래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유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그곳은 이제 시민 누구나 함께 나누는 편안한 공간으로 변하였다.

열사의 희생은 단지 본인을 위해 지키고자 했던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희생이었다.

우리들의 삶에서 느끼는 평안함이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절대 쟁취해 낼 수 없었던 것이기에,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 싶었던 이세종 열사의 숭고한 가치를 잊지 말고 지키고자 했던 그 뜻을 계속해서 이어가야 할 것이다.

열사여 편히 잠드소서! /신인철(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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