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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의지보다 강한 무기는 없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16일 14시16분

4월에 심은 국산 감초의 잎들이 소담하게 땅 위로 올라왔다. 그 둥글둥글한 잎들이 탐지다. 가늘지만 죽죽 뻗어가는 가지들도 기특하기 그지없다. 가만히 한 뿌리를 뽑아보았다. 여린 뿌리가 움켜잡고 있던 흙을 털어내며 쭈욱 올라온다. 곧다. 길다. 사십여 일 동안 자란 감초가 제법 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땅속에서 자기 힘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격리상재배법으로 자라고 있는 감초, 그 뿌리에서 잘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논어에 ‘匹夫不可奪志也(필부불가탈지야)’라는 문장이 있다. ‘필부의 뜻은 빼앗을 수 없다’라는 뜻이다. 필부는 한 사람의 남자를 일컫는데 현대의 의미로 해석하면 ‘한 사람’이 되므로 문장을 다시 보면 한 사람의 의지나 신념은 빼앗을 수 없다는 뜻이다. 스스로 포기하거나 꺾는 게 아니라면 자신이 품은 뜻을 꺾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이런 의지와 신념, 혹은 자신이 품은 뜻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방패이자 강한 무기가 된다. 자신을 지키면서 목표에 도달하게 돕는 정신력으로 치환된다.

감초와 함께한 농업에 뿌리내린 지난 10여 년이 그러했다. ‘감초’는 약방의 약재라고 인식했었지만 그 효능을 아는 순간, 더 많은 쓰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화장품, 치약, 담배, 간장이나 과자, 음료에도 들어간다. 설탕보다 50배이상이 달면서 면역력도 길러주고 스트레스도 완화해주며 피부도 보호해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감초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조선의 세종 이후 문종, 세조, 성종이 감초 재배를 명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기록도 찾았다. 이에 강력한 도전 의지가 생겼다. 그리고 노지 재배부터 하우스 재배까지 낭패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감초를 대표하게 되었다. 익산에서 재배된 감초로 화장품은 물론이고 비누, 감초차 및 감초 커피까지 제품이 만들어지고 시판되고 있다. 이는 의지를 꺾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듯 자기 의지는 경쟁 대상의 위력을 불문하고 이길 수 있게 혹은 버틸 수 있게 바로 세워준다. 요즘 유행어에 ‘중꺾마’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젊은층에서 사용된다. 이미 2000년 전 공자가 했던 말 아닌가.

우리가 인생에서 경계해야 할 점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의지가 꺾이는 경우다. 힘들다,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실현하고 싶은 이상으로 가는 길에서 쉽게 자기 의지를 스스로 꺾는다. 이것이 당장은 행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단언컨대 나중에는 행복할 수 없다. 진정으로 자신이 추구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자기 의지를 스스로 놓아버리지 말자. 대신 자기 의지에 물을 주고 더욱 크게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지는 오로지 자신만의 것 아닌가.

/김태준(농업회사법인 케어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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