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감지기만 있었더라면…화재 취약 쪽방촌

전주 남노송동 쪽방촌 화재로 60대 거주자 사망
전북 30년 이상 노후 다가구주택 921채

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4월 03일 17시10분

2일 오전 11시께 찾은 남노송동 한 다가구주택. 화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화재가 발생한 방은 새까맣게 탔고 복도를 비롯해 그을린 벽은 까맣게 변색했다. 화재 발생 후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캐한 탄내를 맡을 수 있었다. 한때 주민이 거주했을 방은 집기가 그대로 남아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화재는 지난달 28일 오전 4시 20분께 발생했다. 잠을 자던 주민이 “숨이 막힌다”며 다급히 신고한 것.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은 30여분만에 불을 끄고 주민을 대피시켰지만 안쪽 방에서 거주하던 A(68)씨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연기로 인한 질식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은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파악하고자 국과수 검식을 진행하고 있다.

불이 난 다가구주택은 복도 양옆으로 방이 붙은 노후 주택으로, 1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었다. A씨는 이곳에서 약 10만원 가량 월세를 내고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은 사실상 ‘쪽방촌’으로, 이러한 건물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에서 벗어나며 화재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다가구주택을 비롯한 공동주택에는 소화기와 화재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반드시 비치해야 한다. 소화기는 세대별‧층별로 1개 이상, 화재 감지기는 각 구획마다 1개씩 설치해야 한다.

이날 확인 결과 각 세대에 화재 감지기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소화기가 비치되지 않은 세대도 있었다. 화재 감지기가 설치돼 제때 작동했다면 A씨가 무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 설립된 노후 건물은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제재 방법이 없어 당부에만 그치는 실정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30년 이상 노후 다가구주택은 921채로 조사됐다. 대부분 전주 지역에 집중됐으며 전주 774채, 익산 41채, 남원 39채, 군산 20채, 정읍 15채 순이었다. 마찬가지로 설치 의무에서 벗어난 노후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 주택 등을 포함하면 3,702곳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전북소방과 각 지자체는 매년 예산을 들여 소방시설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소방의 경우 올해 예산은 5,200만원으로, 기초생활수급자‧독거노인‧장애인 등을 상대로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보급‧설치한다.

다만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설치가 이뤄지지 못하거나, 설치 후 거주자가 떼어내거나 작동을 멈추는 경우도 있어 사각지대 해소에는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소방 관계자는 “올해 전북특별법에 따른 화재안전취약자 지원 조례 제정 추진 중”이라며 “추가 예산 확보를 통해 보급을 확대, 사각지대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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