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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망탈리테

[책마주보기] 배귀선의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전오영)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2월 19일 08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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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을 읽는다. 누군가의 마음에 깊게 파고드는 작품을 쓰고자 했던 보들레르처럼 배귀선 역시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을 통해 인간 심성에 그리움의 무늬를 새기고자 한다. 따라서 이 책을 관류하는 정서는 그리움의 망탈리테로 코드화된다. 개인의 심성이 집단적 사고로 연결된다는 측면에서 루시엥 페브르가 언급한 망탈리테를 호명하기 때문이다. 페브르에 따르면 망탈리테는 특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심성 혹은 생활양식으로서 집단적 사고를 의미한다. 이러한 망탈리테 개념을 이 책의 핵심 정서인 ‘그리움’에 접목할 수 있는데 이는 창작 과정에 투사된 작가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 책에 구조화된 그리움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특히 ‘그리움에는 냄새가 있다’에 투영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후각으로 현시된다. 추상적 그리움이 ‘냄새’를 통해 후각으로 감각화된 것인데 이러한 감각이 부성애의 망탈리테로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몸살에 대하여’는 유기견과의 인연을 그리고 있으며, ‘미늘, 그 환한 아픔’은 인연의 역설적 망탈리테를 보여준다. 그 밖의 작품에 나타난 종교, 철학, 메타수필 등 다양한 주제들 역시 인간애적 감성을 바탕으로 그리움의 정서를 병풍처럼 두른 가운데 개념화하거나 규정할 수 없는 문학의 특성을 환유한다. 그러니까 이 책을 관류하는 그리움의 망탈리테는 유동적 감정체로 기능한다. 이는 문학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적 성격과 비선형의 사유를 동시에 포괄한다. 하나의 사유체계가 정립되면 거기에 안주하지 않는 문학의 특성으로써 주체 안에 응고되지 않고 타자를 향해 유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배귀선은 경험 현실의 전제에서 오는 수필 문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가능성으로 추동한다. 예컨대 문학적 상징과 역설, 아이러니, 비유적 이미지 등의 수사를 차용해 수필의 지평을 확장하는가 하면 때로는 사태의 본질과 이면을 꿰뚫는 시대적 담론을 펴기도 한다. 그리움의 서정과 함께 시대의 뒤편에 있는 문제들을 성찰함으로써 참여적 시각도 간과하지 않는다. 더하여 시적 암유와 소설의 서사와 희곡적 요소 등을 차용해 퓨전수필을 구가하는 가운데 수필의 본령을 아우른다. 뿐만 아니라 철학, 미학, 수사학 등의 문학적 기제를 통로 삼아 기존과 다름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름이 이 책을 관통하는 그리움의 서정을 견인하는 동시에 보편적 정서로 확장된다. 따라서 주체(작가)가 느끼는 그리움, 좌절, 분노 등은 개인적인 것에서 발원하지만 이는 타자의 감정으로 전이되어 공통감정화 된다. 이렇듯 대상 혹은 타자의 장을 매개로 망탈리테적 감정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때 그리움의 배후에서 배귀선 작가는 끊임없이 문학의 새로움을 추구한다. 주체가 생성한 새로움의 새로움이다. “예술의 비인간화”에서 오르떼가 이 가세트가 새로움을 위한 예술론을 주창한 것처럼 배귀선 또한 그의 평론집에서 ‘새로움에는 새로움이 없다’(“수필의 새로움을 향한 랩소디”, 2023)고 피력한다. 감정이 사유화되거나 고정화된 것이 아니므로 문학 역시 새로움을 위한 끝없는 노정에 있다는 맥락이다. 망탈리테가 특정한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나 감정의 근원은 유동성이기 때문이다. 감성 소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 시대, 이 수필집에 투영된 그리움이 시대의 망탈리테와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전오영 작가는



'리토피아'에 시 '손톱 깎는 밤' 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저서로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수필집 '노을공책'이 있으며, 현재 교육지원청과 교육문화회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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