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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빈축(嚬蹙)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18일 15시48분

의 ‘천운편’에 미인 서시(西施)의 이야기가 나온다. 서시는 춘추시대 말기 월나라 저라산 출신으로 아버지는 나무장사였다고 한다. 원래 이름은 시이광(施夷光)이다. 미인의 대명사로 알려진 서시는 왕소군, 초선, 양귀비와 함께 중국 4대 미녀로 꼽힌다. 시대로 보면 가장 앞서니 미녀의 원조격이다.

얼마나 예뻤는지 서시가 시내에 빨래하러 오면 시냇물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그녀에 미모에 넋을 읽고 바닥으로 가라앉았다고 한다. 여기서 물고기도 가라앉히는 서시의 미모를 가리키는 ‘침어(沈魚)’라는 별명까지 나왔다. 미모로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남겼으니 경국지색이 아닐 수 없다.

서시의 고향에는 마을 한가운데로 시내가 있었는데 동쪽에는 동시가 있고, 서쪽에는 서시가 있었다고 한다. 동시는 시기심이 많아서 서시의 미모를 시샘하면서도 예뻐지고 싶어 따라 했다고 한다. 하루는 서시가 배가 아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마저도 예뻐서 동시가 따라 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효빈(效顰)이다. 찡그림을 따라 한다는 뜻인데 남의 것을 무조건 흉내 낼 때 쓰는 말이다.

또한 찡그린다는 뜻의 ‘빈축(嚬蹙)’이란 단어도 파생했다. 동시의 행동을 보고 훗날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을 비유할 때 ‘빈축을 산다’고 표현했다. ‘동시빈축(東施嚬蹙)’ 또는 ‘동시효빈(東施效顰)’이란 사자성어는 모두 동시가 따라 한 행동에서 나온 말이다.

서시 어머니의 직업은 동네 시냇물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뺄래하는 일은 완사(浣紗)라고 했다. 그 물이 빨래하기에 최적이었던지 완사계(浣紗溪)라 불렀다 하는데 지금도 서시의 고향이라고 알려진 저장성 사오싱시에는 서시의 사당과 완사계 등 꽤 많은 유적이 남아 있으며, 매년 기념 축제도 열리고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어머니를 따라 빨래를 하던 서시를 발견한 것은 월나라의 대부인 문종이었다. 당시 월나라의 왕 구천은 오나라의 왕 부차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해 3년 동안 부차의 시중을 들다가 어렵게 돌아와 와신상담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그때 범려와 문종이 미인계를 권하며 미인을 찾다가 서시를 발견한 것이다.

문종은 서시를 보고 감탄했다. 그녀의 미모에 놀란 것이다. 서시를 궁으로 데려와 춤과 노래 등을 가르친 후 호색가인 오왕 부차에게 보냈다. 부차는 서시의 미색에 사로잡힌 나머지 나랏일을 게을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신인 오자서의 충고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그를 자결하게 하는 등 오만한 정치를 일삼다가 결국 월왕 구천에게 망하고 말았다.

꼭 미인을 따라 해서가 아니어도 빈축을 사는 일들은 많다. 얼마 전 아시안컵 요르단 전을 앞두고 갈등을 야기한 이강인 선수에 대해 말들이 많다. 한국을 넘어 세계 축구를 이끌 인재인 만큼 빨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 스타 선수들이 빈축 사서는 안 될 일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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