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 도시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 당시 지구 단위 개발의 마지막으로 지정된 '6지구'는 전주의 첫 인상으로 지역민과 외지인들에게 인식됐다.
전주역을 기점으로 왕복 8차로의 백제대로를 가운데 두고 한국전력공사와 농협, 사학연금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전북을 관할하는 다수의 지사나 지역본부가 이곳에 자리했다. 행정구역이 다른 완주군청까지 위치하면서 6지구는 밤낮으로 번성했다. 소문난 맛집이 아니더라도 점심시간이면 손님으로 북적였고, 밤에는 직장인과 사업가의 발길로 불야성을 이뤘다.

불황을 모르던 6지구는 2000년대 초반 전주 효자동 일대에 신시가지를 개발하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낡은 사옥이나 청사를 신도심으로 옮기는 기관이 늘어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전주 서남부에 건설하면서 호황을 누리던 거리는 조용한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건축된 지 35년이 지난 전주역과 함께 빈 건물이 늘어난 6지구는 한옥마을 등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물론 지역민에게 조차 '낙후된 지역'이란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6지구가 변화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취임 후 야심차게 추진했던 '첫 마중길 조성'이 그 시도다. 첫 마중길은 자동차만 가득했던 전주역에서 명주골사거리까지 백제대로 850m 구간을 문화광장과 명품 가로숲길 등 사람을 위한 광장과 거리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최종 완공은 연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 공정을 마무리하고 시민과 관광객에게 개방했다. 24일 시민희망나무 헌수식 기점으로 사실상 준공됐다.
지난해 4월 공사에 들어간 마중길은 국비 30억원과 시비 25억원 등 총 60억원을 투입했다. 차선은 2개를 줄인 대신 도로 중앙을 광장과 쉼터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꿨다. 도로 선형을 직선이 아닌 S자형 곡선으로 바꾼 것도 특징이다. 곡선도로는 한옥과 한복의 곡선 등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담았다. 차량 속도를 줄여 교통사고 발생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 버스 승강장은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바꿔 예향의 고장임을 관광객들에게 알린다. 광장과 쉼터에는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프리마켓이 열리고, 각종 길거리 공연은 사람 냄새 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다.
전주시는 마중길을 통해 연간 1,000만명 수준의 관광객을 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아시아 3대 문화도시로서의 도약을 내세운 민선 6기의 전주시가 관련 사업에 대한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그동안 침체된 인근 상가는 관광객과 시민이 찾아오는 거리로 변모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날 헌수식에는 김 시장과 박선이 덕진구청장, 주민과 상인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느티나무와 이팝나무 등을 심으며 새롭게 도약하는 전주시민의 염원을 담았다. 대동합굿과 새싹저금통 전달식, 생활문화 동호인의 각종 공연과 전시 행사도 행사를 뜻깊게 했다.
김 시장은 "첫마중길은 사람과 생태, 곡선의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의 첫 인상을 심어주고, 관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