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생명과 꽃다운 아이들을 앗아간 통한의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인양되어, 온 국민은 미수습자 9명이 꼭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세월호의 각종 의혹이 풀리고,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 해결책이 제시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아이들의 아우성은 세월호에서 끝나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여전히 들린다. 결국 우리는 지난 1월 현장실습 중인 전북의 한 특성화고 여학생을 잃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업체에 파견되어 성인들도 견디기 힘들다는 감정노동을 하면서 무언의 고통을 호소해왔으나, 어른들은 이를 알아듣지 못했거나 무성의했다.

특성화고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필자로서는 이번 사건에 더욱 무거운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실습과정에서 안전사고사, 노동과다 과로사는 물론,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해마다 일어났음에도 또다시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시민단체들의 진상조사와 대책 요구에 뒤늦게 교육청과 정부의 임시방편적인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와 교육당국은 직업계고 직업교육 체제와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그동안 직업교육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실업고, 전문계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수시로 직업계 고교 제도를 변경하며 본질적인 의미를 잃고 혼란스러웠다. 덩달아 학교 교육과정과 현장실습도 일관성을 담보해내지 못하고 너울너울 춤출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의 진로와 직업교육을 중심으로 한 직업계고 교육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전문 교과를 대체하는 교육과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행 특성화고에서 실시되는 현장실습은 교육이라기보다 산업체 현장 파견 노동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값싼 노동력을 대체하는 근로자로 내몰리는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파견형 실습제도는 폐지되고, 자신의 진로와 전공에 필요한 직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안적 형태의 실습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비교육적 경쟁을 유발하는 취업률 중심의 학교평가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취업률 중심의 학교평가는 학교 간 예산 배정과 학생 모집 등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학생들을 전공과 무관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노동으로 내모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학교는 눈앞의 취업률에 매몰되기보다 졸업 후 학생들이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노동인권교육이나, 직업의 소중한 경험을 쌓는 직무교육을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현행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 과정에서 적용되는 다양한 법률을 재정비해 ‘현장실습교육법(가칭)’을 제정하여야 한다. 현재 현장실습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등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여러 법령을 적용받고 있다. 따라서 관계부처도 교육부, 노동부 등으로 되어 있어 책임 소재는 물론 종합대책을 세우는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법의 적용을 받는 현장실습교육이 되어야 학생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직업교육의 비중이 높아지고, 지역산업 여건과 연계한 다양한 특성화고는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당국도 2022년까지 전체 고교의 학생 인원 대비 직업계고 학생 비중을 30%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교육청은 학생들의 현장실습교육 관련 법적, 제도적 개선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민주사회, 안전하고 상식적인 나라를 만들어가는 새 봄에, 더 이상 아이들을 희생시키지 않도록 모든 적폐를 청산하자. 그리하여 청소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