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의학칼럼] 노인 정신건강의 적, 우울증 경계하자

기사 작성: 한명일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육수 - 2015.11.16 18:57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몸의 기운이 떨어지거나 잠깐 손 씻기에 소홀할 때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잘못 노출되면 호흡기에서 경보를 울리는 것이 감기이다. 우리 몸이 외부 환경과 연결되는 통로 하나가 코이고, 부지불식간에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곳이 또 코이다. 흔하게 감염되고 증상도 가볍고 치료도 용이한 것이 감기, 다른 말로 상기도 감염이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감기라면, 밖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해서 마음과 뇌신경 중추에서 일어나는 일차적 반응은 우울이다. 우울증을 조기에 치료하기 위해서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교육하면서 빠른 치료를 권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를 꺼리는 대중들에게 병, 의원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감기는 잘 노출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는 별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치유 된다. 하지만 감기를 잘 못 다루다 보면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폐에 염증이 발생하고, 노인이나 영, 유아 혹은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노인은 우울증에 특히 취약하다. 첫째, 노인 자체가 취약하다. 몸과 마음의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고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관절염 등의 약을 복용한다. 통증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강력한 위험인자이다. 뇌의 탄력성이나 유연성도 나이가 들어 저하된다.

둘째, 노인을 지탱하는 외부 환경이 취약하다. 은퇴를 하고 수입이 없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가 많다.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관계가 소원해지고 사별하여 홀로 사는 독거 노인이 많아지다 보니 가족의 지지기반이 이전과 같지 않다. 친구들도 자기 곁을 떠난 경우가 많아진다.

셋째, 노인의 우울증은 증상이 특이해서 진단이 용이하지 않다. 우울증 환자가 자기 기분이 우울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노인의 경우에는 기분이 우울한 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우울증 환자들은 주로 사는 것이 재미가 없다, 밥은 먹지만 입맛이 없다, 몸이 여기 저기 아프다고 증상을 표현한다. 스스로 우울하다고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노화의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의료진의 태도도 문제다.

주위에 노인이 많다. 국가적으로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우리 지역은 초고령 사회를 향하고 있다.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노인의 1 - 15%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이다. 가벼운 증상을 보일 때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방치하면 매우 위험한 결과가 초래된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1위이고, 그 가운데에서도 노인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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