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의학칼럼] 정신의료의 적정성에 대한 성찰

기사 작성: 황태영 정신과전문의 의학박사 - 2015.08.18 14:23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정신건강을 발견하고 이에 관심을 쏟으며 사회적 수요를 표출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를 제도적 테두리 내에서 만족스럽게 충족시킬 수 있으려면 정신건강을 담당하는 정신의료의 현재에 대한 성찰과 혁신적 도약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이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정신의료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먼저 살펴보아야 할 영역으로는 인권적 접근의 문제를 포함한 정신의료의 적정성(適正性)을 들 수 있다.

정신의료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중세의 암흑기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인권적 질적 성장을 이루며 발전하여 오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서 마녀사냥을 통렬히 비판하며 정신질환자를 의학적 치료의 대상으로 주창한 요한 웨이어(Johann Weyer, 1515-1588)와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의 쇠사슬을 끊어 내는 역사적 결단을 행한 필립 피넬(Phillipe Pinel, 1745-1826), 그리고 클로르프로마진으로 대표되는 정신약물학의 발전(1950년대 이후)이라는 3대 혁명이 있었고 이는 모두 당대의 상황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심도 있는 고민의 결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의 정신의료도 많은 성장을 이루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적정성과 인권적 측면을 살펴본다면 미흡한 점이 다분해 보인다. 먼저 정신의료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노동집약적 속성이 강하지만 한정된 의료자원으로 제공되는 구조이다 보니 적시에 치료적 집중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수용 수준에 머무르기 쉬운 상태이다. 나아가 의료보장형태(건강보험, 의료급여)에 따른 제도적 수가의 차이로 말미암아 동일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임에도 정신의료의 차별적 제공이 초래되기 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라는 태양은 그냥 중천에 떠있는 것만으로 족한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 받는 자가 거하는 음지에도 임해야 진정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별적 상황은 오랫동안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정신의료의 적정한 제공을 위한 한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입원과 그 강제성을 둘러싸고 절차적 인권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지금은 정신보건법 해당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사법적 판단을 앞두고 있어 그 결정 여하에 따라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신의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주체인 사람과 그 사람의 핵심인 정신을 다루는 것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정신의료의 적정성은 인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며 모든 절차와 과정 속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지속가능한 인권적 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틀 속에서 정신질환자를 위해 고민하는 의료진이 온전하게 정신의료의 중심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신의료의 혁신적 도약을 위하여 2015년 지금 현실의 성찰이라는 사회적 씨앗이 곳곳에 뿌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 황태영 정신과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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