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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정신병과 귀신들림


기사 작성:  이지은 마음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과 - 2015.08.10 19:16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을 하다보면 환자 가족들과 실랑이를 종종 벌이곤 한다. 실랑이를 벌이게 되는 이유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굿이나 기도원에 가려는 가족들을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다. 이 때 가족들과 치료진 사이에 형성된 긴장감은 얼마나 팽팽한지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 실랑이의 결말은 대체로 치료진이 지게 될 때가 많다. 가족들은 뭔가 귀신을 내쫓고 굿을 해서 환자를 한 방에 낫게 하고 싶은 마음, 환자가 치료되기 원하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아무리 설득하고 달래어 보고 화를 내어도 그 마음을 꺾는 게 쉽지가 않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열이면 열, 환자는 상태가 더 나빠져서 다시 치료 받으러 온다. 이럴 때 정말이지 치료자로써 절망스럽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인간의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고 인류의 우주여행을 앞두고 있으며 최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된 시대이지 않은가! 물론 과학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뇌의 기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인간의 정서, 행동, 사고를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정신건강에 포함되어 있는 한 영역, 영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정신병을 오해하여 귀신들림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흔히 ‘정신병’이라고 부르며 의학계에서는 ‘조현병’이라고 부르는 병은 뇌과학 연구가 오랫동안 이루어졌으며 약물로 인한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는 정신병은 뇌의 질환이란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귀신들림에 의한 정신이상과 정신병에 의한 정신이상을 분별하는 접근법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절대적인 분별점과 상대적인 분별점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절대적인 분별점에는 첫째, 초능력의 동반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귀신들림에 의해 정신이상을 보이는 사람의 경우 그 안에 있는 귀신에 의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초인적인 능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환청이나 망상과는 구분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청에 대해서 오해하여 귀신에 의해 소리가 진짜로 들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능력이라고 한다면 배우지 않은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거나 전혀 배우지 않은 지식을 말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런 부분은 뇌의 질환으로 보는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일어나기 어렵다. 둘째, 약물에 대한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약물에 치료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 (여기에서 완치가 아닌 약물로 인한 반응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신병에 의한 정신이상이라 여겨도 무방하다. 셋째, 다른 인격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분별점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실제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한 사람 안에서의 둘 이상의 인격체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중 인격 장애자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는데 이 둘에 대한 차이점은 다중 인격 장애자의 경우 한 시점에서 볼 때 이전의 다른 인격으로 활동한 것을 잊어버리는데 비해 귀신들린 경우에는 그 사람이 귀신의 존재를 의식할 수 있으리라 추정된다.

상대적 분별점에는 증상의 시작 속도와 회복의 속도를 살펴보는 것이다. 조현병의 경우 대개 1~2년의 잠복기를 거치면서 발병되고 증상의 전개도 점진적으로 악화되다가 갑자기 악화된다. 물론 이 잠복기는 전문가의 눈에는 보이지만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기가 어려워 일반인들이 분별점으로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을 것이다. 이는 회복의 속도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귀신들림에 의한 증상이라면 순간적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정신병 중 단기 정신증적 장애(Brief psychotic disorder)는 급작스러운 호전을 보이는데 보통 굿이나 신유기도로 회복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 단기 정신증적 장애인 경우가 꽤 있다. 이 사람들은 약을 쓰지 않아도 보통 2주 이내, 빠르면 1-2일, 늦어도 한 달 내에 정상으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조현병은 수많은 연구결과에서 뇌의 질병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치료 결과 면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치료결과를 보이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약물치료 외에 또 다른 치료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찾아 나선 치료로 인해 오히려 약물치료 시기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면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약물치료를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에 따라서 환자의 예후는 천차만별이다. 오히려 약물치료를 받아 호전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굿이나 기도를 하러간다며 시간낭비하게 되는 환자와 가족들을 볼 때, 가족들의 마음이 이해는 가지만 절대 환자를 돕는 길이 아님을 명심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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