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의학칼럼] '나이 듦'이란

기사 작성: 김영현 마음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원장 - 2015.07.20 20:01

위생과 영양섭취가 좋아지고 의학의 발달로 신생아 사망률이 크게 낮아진 덕분에 인간의 평균 수명은 길어졌다. 최대수명을 120세로 보기도 한다.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노년기 역시 점점 길어지고 있다. 노인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60세 이상부터 80세 까지를 전기노인(前期老人) ‘인생의 3차 연령대’라하고, 80세 이상을 후기노인(後期老人) ‘인생의 4차 연령대’로 구분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늙어감’을 의미한다. 늙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날에 펄펄 살아 움직였던 호기심과 주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새로움에 대한 흥미소실과 주변에 대한 오불관언(吾不關焉)이 일상 삶의 흐름이 될 때 우리는 나이 들고 늙어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나이 먹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몸은 늙었어도 마음만은 젊게 유지할수 있고, 반대로 몸은 젊은데 마음은 늙을 수 있다. 몸의 나이 듦이란, 생물학적 노화의 결과로 그 신체적 특징은 퇴행과 기능 손상이다. 이 때문에 나이 들어 늙는다는 것은 부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적응력은 높아진다. 순응능력을 통해 인간은 자신과 주변의 변화에서 오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노년기에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 삶에 대한 만족은 차이가 난다. 23년간 노인 6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어떤 연구결과를 보면, 나이 듦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인사람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에 비해 평균 7년을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노년과 노화는 같은 말이 아니다. 노년의 시작은 사회적 상황과 관련이 있어 정확히 언제 시작되는지 분명치 않다. 이에 비해 노화는 출생하면서 시작되고 삶을 마감하면 끝나는 일련의 과정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두 번의 큰 전환점을 맞는다. 하나는 어린 시절을 끝내고 성인이 되는 순간이며, 다른 하나는 성년에서 노년으로 들어서는 시기다. 첫 번째 전환이 원숙함을 향한 전진이라면 두 번째전환은 새로운 성취를 향한 전진이다.
스위스 정신의학자 칼 융은“인간은 삶에서 두 가지 목표를 갖는다. 하나는 후손을 낳아 보살피고 재물을축적하고 사회적 지위를 얻겠다는 자연적 목표다. 이것이 성취되면 다음 단계가 시작된다. 이 단계의 목표는 문화적 소양을 쌓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문화적 단계인 두 번째 전환은 각 개인의 개성을 살리고 본래의 자신이 되어 각자가 지닌 모든 능력을 다하는 노년을 맞이하라는 촉구인 것이다. 나이 듦이란, 삶의 황혼기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개인적 성취를 향한 전진과 같다. 젊은 시절에는 밖에서 찾아야 했던 것을 나이든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은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중년부터 먼 미래를 바라보는 눈으로 삶을 생각하고 문화적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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