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의학칼럼] 메르스 불안, 극복해야 한다

기사 작성: 한명일 마음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2015.06.15 19:25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는 비교적 최근에 확인된 병이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알려졌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2003년 중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SARS)와 유사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메르스-코로나라고 불리는 핵산(RNA) 바이러스와 한판 전쟁 중이다.

중동의 풍토병이 비행기를 타고 단숨에 상륙했다. 중증 급성 호흡기 질환을 유발 할 수 있는 이 병은 숙주(환자) 한사람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이 환자가 머물고 스쳐간 병원에서 감염자가 속출했고 감염자를 재생산했다. 한 유명 대학병원을 출구 삼아, 일일생활권을 자랑하는 교통망을 타고 전국 각지로 퍼졌다. 우리 지역도 확진자 뿐 아니라 사망자가 발생했다. 순창의 한 마을은 전체가 격리중이다. 학교가 쉬고, 모임이 취소되고, 아파도 병원을 기피한다. 두 서넛 모이면 메르스를 이야기한다. 스멀스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불안과 공포는 위험을 느낄 때 발동한다. 다가올 위험을 경고하면서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피하거나 준비시킨다. 불안의 순기능이다. 신종 감염병에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병원체와 감염경로를 분명하지 알지 못했다. 백신이나 명확한 치료전략도 아직 없다. 병에 걸리면 치사율도 높다고 한다. 불안하다. 병에 대한 사전지식이 엷다보니, 초기대응이 미숙했다. 거기에 감염이 번지는 양상과 지역, 병원 등의 중요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서 불안은 가중되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급기야 우리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면서 각 지자체 별로 대응전략을 달리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불안은 증폭되었다. 감염자, 사망자를 선정적으로 강조하는 대중매체를 지켜보면서 불안이 심해진 측면도 없지 않다.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위원장 채정호)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불안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상황을 판단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면 유언비어 등이 증식할 수 있다. 위원회는 “잘못된 정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므로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확하지 못한 정보나 과잉된 정보는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키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격리된 환자와 가족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러 상황에서 격리되어 있는 선량한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인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메르스를 퇴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너와 나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안전을 담보하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야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에서 촉발되는 불안과 공포로 인한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과도한 불안을 잠재우려면 먼저 보건당국이 신뢰를 회복해야한다. 우리를 믿어달라는 말만으로는 신뢰를 구할 수 없다. 말보다는 의지이고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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