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의학칼럼]불안과 공포

기사 작성: 김현민 마음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2015.06.08 17:59

흔히 ‘ 머리와 가슴이 싸운다.’ 또는 ‘이성과 감정이 부딪힌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감정에 휩싸여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 인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더 옳은 일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서두에 거론한 표현처럼, 감정과 이성이 가리키는 것이 서로 다른 경우에 그렇습니다.

20세기 초반에는 버러스 스키너 교수가 본인의 저서에서 언급한 “감정은 마음의 평화를 찾는데 나쁠 뿐만 아니라 혈압에도 좋지 않다.”라는 문구처럼, 감정과 이성은 분리되어 늘 싸운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성과 감정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안과 공포는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도 이성적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과 안위를 위해 유리하도록 진화되어 왔습니다. 둘 다 임박한 위험에 대한 알림 신호이지만, 불안은 알려지지 않은, 내적이며 모호하거나 대립적인 위협에 대한 반응이고, 공포는 잘 알려진 외부자극에 대하거나, 명확한 위협에 대한 반응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분석학자들은 심리학적으로 구별 가능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불안과 공포의 차이를 하나 더 들자면, 불안은 지속적인 부분이 있지만, 공포는 갑작스런, 급격함을 보이는 걸 생각 할 수 있습니다.

불안은 다가오는 상황에 대해 몸이 미리 준비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불안을 느끼면, 몸은 혈압을 높이고 맥박을 빠르게 하여 판단을 담당하는 뇌와 움직임을 담당하는 근육에 혈액의 공급을 원할 하게 하고, 아드레날린이 증가하여 각성도가 증가하고 주변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합니다. 또한, 다른 감정이나 정보들보다 빠르게 전염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불안해하거나 무서워하면 옆의 사람들도 불안하거나 무서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집단생활을 이어온 인간은 다른 사람의 불안과 공포를 금세 알아차리고 이를 정보로 이해하고 타인에게 빨리 전달해야지만 위험에 대비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포는 특정대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작은 벌레를 보고 이유 없이 불안해지는 경우, 우리는 공포증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이와 같은 불안과 공포의 적정선이 어디까지 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불안과 공포는 고층건물에 설치된 화재경보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화재를 감지할 경우 위협을 알리도록 반응하고,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예민하게 설정된 경우, 별다른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울리는 경고음을 듣고 대피해야하는 등 건물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불안과 공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이 감정들은 매우 큰 도움이 되지만, 너무 과하면 항상 불안에 휩싸이고 공포감에 시달려 행복한 일상을 제대로 누릴 수가 없습니다. 스트레스로 작용되어 자칫 정서적, 육체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안과 공포는 우리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센서의 민감도는 적당하게 조절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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