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의학칼럼] 계절성 우울증에 대하여

기사 작성: 이건학 마음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2015.05.04 19:58

추운 겨울철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벌써 벚꽃 시즌이 지나갔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각 계절에 맞는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계절변화가 심하다보니 소위 ‘계절을 탄다’는 말로 치부되는 감정적인 변화를 흔히 경험하곤 한다. 하지만 특정 시기가 되면 이상하리만큼 장기간 기분이 울적하거나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한번쯤은 자신의 마음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주기적으로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 이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증으로 진단받지는 않더라도 전체 우울증의 1/3 가량은 계절성을 띤다고 추정되고 있다. 여름에 우울감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흔한 형태는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지는 경우이다. 특히 우울증이 절정을 넘어서는 봄철에는 자살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무기력했던 겨울에는 자살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사람이 날씨가 따뜻해지고 다소 호전되면 오히려 자살충동을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뇌 안에 존재하는 소위 ‘생물학적 시계’의 작동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이로 인해 수면주기, 호르몬 변화 등의 이상이 생기고 일조량 변화에 따라서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계절성 우울증의 증상은 통상적인 우울증 증상과는 다소 다른 ‘비정형 우울증’의 양상을 보인다. 식욕저하보다 식욕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고 불면증보다 잠을 과도하게 자는 모습을 더 보이면서 몸이 축 쳐질 정도로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표현하곤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양극성 장애 즉 조울증에서의 우울증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감별이 필요하고, 유사한 기분증상을 보이는 신체적 질환 유무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절성 우울증은 그 이름처럼 계절성을 띠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지금은 나아진 상태라 할지라도 기분변화가 생기기 전에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병원에 갈 정도로 심하지는 않더라도 계절적인 기분변화가 있다면 보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야외 활동량을 늘려서 햇빛에 노출이 많이 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술, 커피 등은 줄이고 시금치, 감자 등의 야채, 땅콩, 호두 등의 견과류, 연어, 고등어 등의 생선 섭취를 적절히 하는 식습관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했던 경우에는 더욱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치료를 중단한 상태라면 적절한 시기에 병원에 방문하여 적극적인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 사용이 중심이 되며 매일 일정시간을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 정신치료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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