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고령사회, 치매 그리고 유언

기사 작성: 황태영 마음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2015.04.27 17:43

바야흐로 우리 사회는 급속한 인구학적 구조의 변화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에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하고, 2050년이 되면 그 수치가 40%에 육박하여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도 한창인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구조의 급속한 고령화는 치매(痴?)에 이환되는 인구의 증가를 초래하게 되는데, 2015년 현재 65만 명 수준의 치매 환자 수는 2030년이 되면 127만 명, 그리고 2050년에는 271만 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계되어 우리에게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와 급격한 치매 환자 수의 증가라는 강력한 태풍의 북상을 앞두고 개인적 사회적 지혜를 충분히 발휘하여 철저히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에서 의료비용 등 질병 부담 차원의 문제에서 벗어나 인구의 고령화와 치매 환자 수의 증가가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제도적 미비점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분쟁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두되는 것이 있다면 노인인구의 유언(遺言)과 관련된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일반적으로 연령대에 따라 소유 자산의 편차가 있게 마련이지만 전체적인 분포를 보면 소유 자산은 고령층에 더 많이 귀속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삶을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에게 귀속된 재산을 유언을 통하여 처분하려는 빈도는 미래의 고령사회에서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유언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고령사회의 그늘로 자리 잡고 있는 치매의 부정적 영향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유언자의 사후에 유언능력이나 제3자의 부당위압 등을 이유로 유언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이의제기나 소송 등 사적 분쟁이 폭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후적 과정 속에서 시간과 돈의 낭비뿐만 아니라 감정적 대립으로 인해 사회적 결속이 깨어지는 일도 심히 우려되는 단면이다. 한편 치매 진단이 곧 유언능력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유언의 자유는 치매에 이환된 개인에게도 최대한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신의 유언이 치매를 이유로 사후에 부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유언을 두고 다툼이 발생하고 심리적 상처가 초래되는 것을 염려할 것이다. 나아가 유언을 통해 재단을 설립하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고자 하는 유언자의 공익적 결단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것은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령사회 속에서 치매라는 장애물을 헤쳐 나가고 유언의 자유를 실현하며 미래사회의 공익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유언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전문가와의 상담과 심층적인 사전평가를 통해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개인적 지혜가 될 것이다. 나아가 유언능력 평가를 위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적정한 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홍보와 물적 투자를 강화하며 유언능력 평가의 질적 제고를 위한 연구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를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적 지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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