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탄소융합기술원 느슨한 채용규정
출연기관-산하기관 채용 감사 필요해

전주시 출연기관인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직원 채용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근대적인 채용방식과 정실인사 의혹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채용이 버젓이 이뤄지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탄소기술원은 정규직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뽑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이 도입한 보편적 방식이어서 이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자격요건에 채용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단서조항, 즉 ‘상기요건과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조항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 의혹이 많다.

실제 지난해 5월 전주시 고위 공직자의 자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격조건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에 채용됐다. 예외조항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좋은 자격과 이른바 더 좋은 스펙을 갖춘 응모자가 고배를 마셨을 게 분명하다.

채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면접도 전근대적이다. 탄소기술원 임원으로 구성된 내부인사 3명과 외부인사 4명으로 구성되는데 매번 같은 인사가 면접을 담당했다. 사전로비나 정실이 개입될 소지를 일부러 열어둔 것과 같다.

탄소기술원은 공정하게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재를 채용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실제 그럴 개연성은 높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선발했다고 해도 그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하면 안 된다. 자격을 갖춘 다른 지원자를 제치고 전주시의 고위 공직자 자녀가 채용되고, 매번 같은 면접위원이 채용여부를 좌우한다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심을 살게 분명하다. 더 구나 이 공직자는 탄소기술원의 감독부서의 장이다.

탄소기술원은 연간 예산규모가 250억 원에 달하고 직원도 정규직 58명 등 85명에 이르는 출연기관이다. 전북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탄소산업을 견인하는 대표적 연구기관이다. 이런 막중한 책무를 가진 연구기관이 정실채용과 불투명한 채용제도를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부끄러워 할 일이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비단 탄소기술원 뿐 아니라는데 있다. 대다수의 지자체 출연기관이 이른바 선거캠프에서 일하거나 일한 사람의 친인척, 지인들로 채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채용규정을 만들어 공적 일자리를 사적으로 꿰차고 있다. 출연기관이나 산하기관 채용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