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희망제작소 유감

기사 작성: 안재학 - 2010.12.08 18:33

며칠 전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에서 완주커뮤니티 비즈니스 센터 서포터즈 발대식이 있었다. 강연자로 희망제작소 대표인 박원순 변호사가 두 달여간 영국을 다녀온 경험을 함께 나눴다. 영국사회가 작동하고 있는 기본적인 시민사회의식을 중심으로 영국사회의 성숙한 시민의식 등을 소재로 문익점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소에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호의적인 생각과 이 사회에서 나름대로 좋은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인내를 가지고 강연의 내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강연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무렵부터 드는 이상한 거부감은 이내 작은 분노로까지 번져 나갔다. 박원순 변호사의 주장은 영국사회에 대한 부러움에 지나지 않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하지 못할까 하는, 아니 너희는 왜 하지 못하니? 정도의 작은 비아냥으로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본인의 직업을 소셜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면서 이제는 사회도 잘 디자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그날 그 자리는 완주군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 서포터즈 발대식 자리였고 완주군은 농촌지역으로 농업생산과 농민이 많은 말 하자면 농업을 자신의 생업으로 삼고 그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확인하는 지역적인 특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의 사례들은 최소한 village(마을)차원의 이야기로서 rural community(농촌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된 마을로써 townshi 차원의 governance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례들의 나열 가운데 농촌의 이야기와 농업에 관계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완주군의 농촌지역으로서의 특징과 정체성의 고려 없이 무작정 선진국의 좋은 사례를 비판 없이 권장하고 우리의 문화적 잠재성과 역량을 과소평가하며 무시하는 옳지 못한 자세라고 생각된다.

한국사회의 소셜 디자인(social design)을 이야기함에 있어 특히 농촌지역인 완주군에서 그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는 더더욱 농촌사회에 대한 이해와 이 사회에서 농촌사회가 이바지하고 있는 부분뿐만 아니라 어떻게 더욱더 긍정적인 사회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농촌사회가 어떻게 디자인돼야 하겠는가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연 영국에서 가지고 온 문익점의 목화씨는 무엇이었을까? 우리사회의 대안을 해외의 좋은 사례를 통해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답은 우리 안에 있지 않을까? 지금은 우리를 좀 더 깊고 자세히 그리고 진중하게 바라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연결 돼 있고 얼키고설켜 있지만 한국적인 풍토와 전통, 문화 가운데서도 좋은 사례와 발전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보면 부럽고 도전의식도 생기지만 말하자면 창조적인 수용적인 자세에서 우리의 시선으로 처리해야지 한없는 부러움과 자기비하적인 자세로 우리자신을 바라본다면 이것은 사대주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먼저 우리의 것과 우리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타인의 사랑도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느냐 물어보고 확인하는 작업은 소셜디자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선진국형 아이템들의 나열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이 전제돼야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공동체(community)는 없고 사업(business)만 남는다면 아마도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템이나 비즈니스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라 농촌사회에 대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사랑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사회로의 진입과 농촌사회는 지역의 문화적 잠재력과 농업의 중요성을 알려내고 농촌사회가 이 시대의 대안적 가치가 있음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소셜 디자인의 개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안재학 완주 석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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