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표지판 없는 그 곳… 외로움 더하네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가다 <5>정읍지역-하

기사 작성: 박규만 기자 - 2010.11.18 22:09

전북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동학농민혁명의 숨결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특히 정읍은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활동이 활발하고, 유적지 또한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당초 2회에 걸친 실태조사를 했으나, 보완이 필요한 유적지가 많아 조사위원들이 추가 조사에 나섰다.

△ 정읍역 ‘동학혁명농민군의 상’ (연지동 343)

정읍역 광장 좌측에 세워진 '동학혁명농민군의 상'은 전체적으로 조형물이 너무 커 위압적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농민군이 아니라 곳곳에 세워진 전봉준 장군상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3~4년 전에 설치됐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건립시기와 작가 등에 대한 기록이 없다. 일부에서는 강현욱 전도지사 재임시에 동생이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다. 주변에 안내판이나 안내도가 없어 아쉽다.

△ 손화중 장군 묘역 (상평동 산 134)

동학농민혁명의 3거두의 한명인 손화중은 처남과 함께 경상동 청학동으로 승지(勝地)를 찾아갔다가 동학에 입교한다. 이후 무장에 포교소를 설치하고 전라도 서남부 지방일대에서 가장 큰 동학교세를 확보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자 백산에서 총관령으로 추대되어 황토현전투와 황룡촌전투 승리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9월 봉기 후 나주공략에 실패하고 광주에 입성했다가 농민군을 해산시킨 후 고창군 부안면 검산리 창내마을 이씨 재실로 피한다. 하지만 1894년 12월 11일 체포돼 전봉준, 최경선 등과 함께 처형된다.

지난 1996년 후손(손홍열)이 조성한 허묘로 둘레석을 두른 봉분, 제단, 비석 등이 세워져 있으며, 묘소 앞 좌우에는 문인석이 배치되어 있다.

묘역 좌측에 세워진 안내판 글씨의 먹물이 벗겨져 글씨를 식별하기 어려운 상태다. 묘역 주변에 주차공간이 없어 방문객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 손화중 장군 생가터 (과교동 289)

마을 어디에도 손화중 장군의 생가터라는 표지판이 전혀 없다. 그 곳에서 35년 정도 거주하고 있는 안병호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조그마한 초가집이 3채 정도 있었으나 50년 전께 신현섭씨가 헐고 새로 지었다고 한다. 신현중(83)씨의 증언에 따르면 손화중 장군은 기골이 장대(9척 장신)하고 함성이 컸다. 동학에 탄압이 강화되자 마을 사람들이 동학에 가입하지 않으려고 도망, 결국 마을엔 동학 가입자가 한 명도 없었다.

△ 기해정읍농민봉기지 (입암면 접지리 815-6)

동학농민혁명이 일본군의 개입으로 실패로 끝난 뒤, 잔여세력 300여명이 농학농민군 출신인 최익서의 영도 아래 1899년 4월 18일 입암면 왕심에서 ‘벌왜벌양 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걸고 재봉기하는 ‘영학당’이 구성된다.

교회를 중심으로 영학계(英學契)를 조직한 이들은 정읍과 고창, 장성, 영광, 함평지역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고창을 장악한 뒤 영암과 광주를 거쳐 전주감영 점령이 목표였다.

4월 정읍 고부와 고창 무장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고창읍성 전투에서는 기상악화로 패배, 당초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영학당 사건이 일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인 1999년에 기념사업회에서 호남고속도로와 국도1호선이 교차하는 호남고속도로 옆에 봉기지라는 표석을 세웠으나, 호남고속도로 확 ? 포장 과정에서 표석이 사라지고 없다.

△ 최경선 장군 생가터 (북면 마정리 631)

마을 사람들에게 최경선 장군의 생가터 위치를 물었으나 선뜻 대답이 없다. 최진사댁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집의 위치를 안내해 주는데, 그동안 그곳이 최경선 장군의 생가터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며 형 최진사댁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최경선 장군의 생가터라는 안내표지판이 없어 방문객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 최경선 장군 묘역 (칠보면 축현리 산73-4)

동학농민군 영솔장 최경선이 전봉준, 손화중 등과 함께 처형된 후 그의 형 최영대(일명 최진사)가 하인과 함께 시신을 수습, 고부 시동에 매장한 뒤 현 위치로 이장하였다 한다. 평소 최경선은 가족들에게 자신이 죽은 뒤 시신을 수습할 수 있도록 동저고리 앞섶 안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어놓은 천을 품고 다녔다고 한다. 1996년 기념비와 조형물을 건립했으나 현재 묘역 주변에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조형물의 칠이 벗겨져 식별이 어려운 상태다.

△ 김개남 장군 묘와 피체지 (산외면 동곡리 669-1, 산내면 종성리 276-1)

김개남은 손화중과 함께 백산에서 총관령으로 추대되어 황토현전투와 황룡촌전투 승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전주화약 이후 남원에서 우도의 금산, 무주, 진안, 용담, 장수를 비롯하여 좌도를 호령하고, 순천에 영호도회소를 설치하고 영남의 서남부 지방까지 세를 떨쳤다. 2차 봉기가 일어나 공주로 진격하는 전봉준과 달리 11월 10일 청주성을 공격하였으나 일본군의 화력에 밀려 패배하고 만다. 그 뒤 군대를 해산하고 태인 ‘너듸’에 있던 매부 서영기의 집에 숨었다가 이웃 종송리에 살고 있던 임병찬이 송두용의 집으로 유인, 전라감사 이도재에게 고발해서 12월 1일 새벽 체포당한다. 전라감사 이도재는 김개남을 전주로 압송한 뒤, 중도에 탈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12월 3일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한다. 현재 조성되어 있는 김개남의 묘역은 허묘로, 1995년 후손들에 의해 조성됐다.

정읍시가 2004년 펴낸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복원 정비계획’에 따르면 피체지의 주소지가 종성리 276-1로 주소지로 돼 있으나, 주인 김현남씨에 따르면 종성리 551번지가 맞다. 김개남 장군의 최후의 은신처이자 체포지이기도 한 이곳 역시 어떠한 표식이나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 김개남 장군 고택지 (산외면 동곡리 713)

손화중 장군의 고택지가 아무런 표식이 없어 찾기 힘들었던데 비해, 김개남 장군의 묘역이나 고택지는 표지판과 안내판이 크게 세워져 있다. 고택지는 현재 밭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밭 주변에 지금도 대나무가 에워싸고 있어 동학농민혁명 당시 죽창을 들고 일어섰던 농민군들의 기상을 다소나마 느낄 수 있다. 단 고택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밭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으나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진입로 정비가 필요하다.

△ 김개남 장군 생가터 (산외면 정량리 원정 988-1)

주인 손순례(76) 할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시어머니(백난여씨. 사망)가 생전에 김개남 장군의 생가터라 늘 말씀하셨으며, 시집 올 당시에는 __ㅣ 자형의 집으로 세 집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초가집을 현재와 같이 고친 건 40년 전이라고 한다.

마을 진입로에 '송월주스님 생가'이라는 표지판이 크게 세워져 있는 반면 이곳이 김개남 장군의 출생지라는 표지판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생가터를 찾아가는 길이 구불구불해 찾기 어려워 곳곳에 표지판을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생가터를 알리는 표식도 필요하다.

/박규만 기자 pk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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