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용인 반도체 산단 지방에 옮겨라"

-국회-시민사회, 수도권 중심 전력망 포기 촉구
-지방 에너지 식민지화 저지 대정부 투쟁 결의

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10월 15일 15시50분

전국 송전탑대책위와 환경단체 대표자들이 15일 서울 대통령실 앞에서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수도권 중심 전력망 구축계획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계획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전북대책위 제공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른바 ‘에너지 식민지화’ 논란의 원흉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지방에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안호영(완주·진안·무주), 윤준병(정읍·고창), 이원택(군산·김제·부안을) 국회의원, 전국 환경단체와 송전탑건설대책위 등은 1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용인 국가반도체산단 전력 집중 문제와 지역 RE100산단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문제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계획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경기 남부권에 2047년까지 총 622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500조 원이 용인에 투자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초적인 공업용수와 전력조차 자체 공급이 불가능해 말썽났다. 덩달아 비수도권 곳곳에서 물과 전기를 끌어가겠다며 마찰을 빚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인 용인 산단에 필요한 전기만도 국내 전체 전력수요 약 17%인 16GW에 달하지만 자체 조달계획은 4.5GW(28%) 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나머지 11.5GW(72%)는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지인 전북과 전남지역 풍력과 태양광 등을 끌어다 쓰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정부와 한전은 그에 필요한 송전망을 신설하겠다며 호남과 충청권에 수백기에 달하는 초고압 철탑을 건설하겠다고 나서 지역사회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문제의 송전선로 경유지에 포함된 전북과 충남지역 주민 1,700여 명은 그 백지화를 촉구하는 법정다툼까지 한창이다. 지방은 더이상 수도권 개발을 위한 에너지 공급처가 아니란 반발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일 문제의 계획이 포함된 국가전력망 구축사업안을 확정했다.

주제 발제자인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공동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 지정의 모순, 정보 공개와 소통 없이 대규모 사업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 주민 수용성을 사실상 원천적으로 배제한 전력망 특별법과 시행령, 수도권 집중식 에너지 정책과 지역 불균형 심화 등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며 “앞으로 에너지 정책은 수도권 집중식이 아니라 지역 분산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주제 발제자인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도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의 폐해는 물론,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과 물을 어떻게 공급할지 대책도 없이 ‘선 발표, 후 대책 수립’ 식으로 진행한 용인 반도체 산단은 졸속에 가깝다”며 “반도체 산단과 초고압 송전선 건설계획은 전면 재검토하고 지역 분산형 전력시스템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최측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어 문제의 전력망 구축계획 백지화와 용인 반도체 산단 지방 이전을 강력 촉구했다.

이정현 송전탑건설백지화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만약 국가기간 전력망이 정말로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이자 국가경쟁력을 높여줄 핵심 인프라라고 판단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전력 소비가 많은 공장은 전기가 싸고 흔한 지역에 내려보내는 정책을 도입하고, 독일처럼 초고압 직류 송전망을 지중화해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즉각 특단의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강도 높은 투쟁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11월중 전국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전국대책위를 발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자치도의회 또한 지난 9월 임시회에서 같은 내용의 대정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채 용인 반도체 산단을 새만금에 이전할 것을 공개 촉구해 주목받았다.

문승우 의장과 의원들은 “이미 과밀화된 수도권에 또다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국가 전력망 안정성 위협은 물론, 주민 갈등, 경관 훼손, 환경 파괴, 지역균형발전 역행 등 다양한 사회 문제만 유발할 게 뻔하다”며 “새만금에 투자한다면 반도체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을 달성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국가 차원에선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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