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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벽지 의사의 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8월 03일 14시25분

‘시골’은 서울 사람들이 서울 이외의 고장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시골 의사보다는 벽지 의사가 나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 나는 외과 레지던트 1년 차였던 1977년에 당시 무의촌 근무 규정에 따라 이른바 벽지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무진장’과 인연을 맺은 뒤 지난 2016년부터 다시 ‘무진장’에 돌아와 근무 중인 돌아온 벽지 의사이다. 50여 년을 도회지에서 보내고 돌아와 10년을 이곳 무진장에서 코로나 사태와 의료대란을 겪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진안군의료원은 지난 2006년 민간병원이 운영을 포기하고 떠난 의료취약지에 2015년 정부의 지원으로 건립된 공공병원이다. 건립 초기부터 적자가 예상된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국가의 인건비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하루 진료 인원이 10명 안팎이고, 나머지 진료과도 진료 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민 끝에 이웃 일본의 공립병원 운영실태, 특히 이곳 무진장 같은 벽지에 설립된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출장을 다녀왔다.

일본 지자체 병원협의회 회장 모치즈키 이즈미 박사를 만나 853개나 되는 공립병원들의 운영실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들 병원의 64.9%가 인구 1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 소재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서도 30.9%에 이르는 264개 병원은 해당 인구 3만 명 이하였다.

진안군과 같은 벽지에 병원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인구가 3만 명에도 못 미치는 지자체에 병원을 운영 중인 곳은 단 두 곳뿐이니 새삼 진안군이 큰일을 감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대다수 지자체 병원들도 의료수지가 오랫동안 심한 적자 상태다. 병상 수가 100병상 이하인 소규모 병원도 전체의 60%대에 이른다. 규모나 여건 면에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일본은 총무성이 이러한 적자를 해결하는 지침을 해당 지자체에 하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립병원 간 연계를 강화하고 의료 인력의 파견지원으로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장수국가인 두 나라의 벽지 의료 정책에는 너무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안군 주민의 50% 이상이 이미 50세 이상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조백환(진안의료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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