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맥이나 한 잔 하지"
"가맥집으로 가지 뭐”
전주가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
‘가맥’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줄인 말이다. 소형 상점의 빈 공간에 탁자 몇 개 놓고 오징어 등 간단한 안주에 맥주를 파는 곳이다.
가맥문화는 술집은 아니지만 동네슈퍼에서 맥주를 사서 먹되, 간단한 마른 안주를 곁들여 먹는 것을 말한다.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팔면서 동시에 가벼운 안주도 함께 내주었다.
어릴적 동네 어른들께서 슈퍼마켓 앞 파라솔에 앉아 가볍게 맥주 한 두잔 기울이는 모습을 상상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전주의 독특한 술문화로 꼽히는 '가맥'은 'OO슈퍼, OO휴게실, OO편의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가맥집'들이 여러 곳 있다.
슈퍼에서 파는 과자나 라면은 물론이고, 황태구이, 오징어, 계란말이 같은 간단한 안주류도 맛볼 수 있다.
"전주 하면 전일수퍼에 갔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못 가는 날은 따로 포장해서 먹을 정도였죠"
최근 전주를 배경으로 한 인기 드라마 '당신의 맛'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이 제작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지인부터 외지인의 마음까지 뺏앗아가며 '가맥(가게맥주)' 문화를 선도한 전일갑오(전일수퍼)가 문을 닫았다
6월말 전일갑오 입구에 "건강 상의 이유로 잠시 휴업한다"는 내용의 임시 휴업 안내 현수막이 붙었다.
해당 현수막엔 정확한 휴업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네이버 검색 결과 올해 말까지 휴업하는 것으로 공지돼 있다.
평일 저녁에도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던 전일갑오가 휴업을 결정하면서 지역민, 관광객 사이에 적잖은 충격이 퍼지고 있다.
전일갑오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안주를 즐길 수 있는 명소 중 하나였다.
대표 메뉴는 정성껏 두드려 연탄불에 구운 황태와 도톰한 계란말이였다.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까지 섭렵하면서 전주 가맥 성지로 불렸다.
황태포와 갑오징어, 맥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전주 ‘가맥’ 문화의 1번지 ‘전일슈퍼’ 사장이 2006년 심장 이상으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일슈퍼 사장인 임채성씨가 전주시내 모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던 중 급작스런 심장 이상을 일으켜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 도중 숨졌다.
숨진 임씨는 평소 허리 등에 만성적으로 피로를 느껴 물리치료를 받아왔으며, 사고 당일도 허리치료를 받다 심장 이상을 일으켜 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게맥주의 명물인 전일슈퍼는 연탄불에 구은 갑오징어와 황태구이, 계란말이 등 안주와 독특한 양념장 등으로 전주시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마니아들을 거느릴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주에 근무할 당시 전일슈퍼의 갑오징어 장맛을 잊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서울 등지로 발령이 나도 택배로 주문해서 ‘전일슈퍼 표’ 갑오징어를 찾을 정도다.
전주 가맥(가게 맥주)의 원조는 6·25 전쟁 중에 전북경찰국 공보실 경사였고, 후에 영화 피아골(이강천 감독, 1955년)의 시나리오를 쓴 김종환의 자서전
'수분낙도(守分樂道, 탐진, 1993, 219쪽)에서 찾을 수 있다.
“1950년 7월 19일 오후 5시경, 죽음의 거리처럼 냉랭한 시가지는 을씨년스럽고 공포감마저 감돈다. 경찰공보 사업에 협조가 많았던 친구 하반영 화백과 평소 잘 드나들던 공신상회에서 맥주 몇 병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위로하고 재회를 기약하면서 하군과 갈라서 나왔다. 가게 아주머니도 불안한 표정으로 피난 짐을 싸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었고, 우리도 금명간에 전주를 떠나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영화 '피아골'의 시나리오를 쓴 김종환이 6·25 난리 중에 장거리 후퇴를 거듭하며 9·28 서울 수복이 될 때까지 고난의 역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진중일기(陣中日記)이다.
하반영 화백과 맥주를 마신 공신상회는 후에 도일상회로 상호가 바뀌었다고 한다. 그 위치는 공보관(현 가족회관) 옆이다. 이후 도일상회는 도일슈퍼로 다시 이름을 변경했다.
1980년 이후에는 많은 사람이 가족회관에서 비빔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기 위해 도일슈퍼로 발을 옮겼다.
이종근도 이 도일슈퍼에서 동현친구랑, 이성재화백이랑 맥주를 먹던 기억이 새롭다.
바로 이 도일슈퍼의 딸이 이제는 이종근과 친하게 지내는 자수 공예가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전주 가맥은 1970년대 전주 중앙동의 홍콩반점 맞은 편에 있던 영광상회(영광슈퍼)를 원조로 쳤다. 이 가게에서 오징어나 북어포, 과자 안주에다 맥주를 팔기 시작하면서 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어 1974년에 개업한 제일상회(전일슈퍼) 그리고 경원상회, 임실슈퍼, 영동슈퍼, 은성슈퍼가 자리 잡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사라진 영광상회를 원조로 쳤다. 가맥집은 전북도청, 전북경찰국(전북경찰청), 전주시청 공무원들이 주로 다녔다.그러나 이보다 훨씬 전부터 전주에는 가게에서 맥주를 마신 가맥문화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전주가맥축제’가 올해부터 전주대학교 대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겨 개최된다. 그동안 종합경기장에서 치러왔지만 지난 6월로 철거가 끝나면서 새로운 장소가 필요하게 됐다.
하이트진로 공장 전주점에서 당일 생산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축제. 당일 생산한 신선하고 차가운 맥주와 전주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가맥업소들, 화려한 공연이 한 데 어우러져 8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시원하고 짜릿한 여름밤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단순 장소 변경이 아닌 지역대학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전주가맥축제추진위원회는 올해 전주가맥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축제를 넘어 지역대학·민간단체·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플랫폼으로 새롭게 전환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상권 활성화 캠페인에 집중, 최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가맥축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행사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주변 상권으로 이동해 소비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게 핵심이다.
행사장 내 방송과 홍보물을 통해 인근 업소들을 적극 소개하고, 가맥축제 성인 인증 팔찌를 착용한 방문객이 주변 상점을 이용할 경우 특별 서비스나 혜택을 제공토록 한다는 것이다.
전주가맥축제가 전국구로 거듭나며 축제를 즐기기 위해 휴가를 전주로 오는 방문객도 있는 만큼 이들에게 지역 상권을 알려 전주의 이미지를 높이고, 상가들도 축제와 함께 활성화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메인프로그램은 개막식 퍼포먼스, 드론쇼, 불꽃놀이, 클럽파티, 히든콘서트 등이다.
또, 이번 축제는 한국외식산업중앙회완산지부도 함께 참여해 수익금 일부를 소외계층을 위한 쌀 1톤 기부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해 선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유입되는 수만 명의 방문객들이 주변 상권에서도 소비활동을 이어가도록 홍보에 집중해야 한다. 단순히 즐기는 축제만이 아닌 지역과 함께 성장해 가는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으로, 조금이나마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민간주도형 대표 축제로, 지역을 넘어 전국과 세계로 뻗어가는 전주의 대표 문화축제로 한층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가맥축제가 열리는 주무대에서는 라이브 공연과 관객 참여형 이벤트가 펼쳐져 여름밤의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가맥집의 전통적 안주인 갑오징어, 황태, 노가리 등이 현장에서 갓 구워 나오고 술꾼들의 빈속을 채워주는 푸짐한 계란말이 등도 맛볼 수 있다. 오늘 만든 맥주! 오늘 마신다./이종근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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