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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수성동 기린교와 청와대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6월 24일 14시10분

서울 수성동 계곡의 기린교는 600년 전 모습 그대로다. 수성동 계곡 앞에 서면 돌다리가 보인다. '기린교'다. 무려 600년이나 된, 조선시대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리이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정선 필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x에 이 다리가 나와 있다 그림 속의 기린교 인근에는 세종의 셋째 아들이자 세조의 반정으로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안평대군(1418~1453)의 집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종로구청에서는 이 부근을 세종마을로 이름 짓기도 했다.

수성동 계곡 옆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오르면 인왕산길이 이어진다. 아파트에서 계곡으로 연결하는 다리로 사용되고 있었던 돌다리는 시멘트가 덮이고 난간이 박힌 채 거의 방치 수준으로 있었다. 이 돌다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여러 학자의 고증에 의하면 이 돌다리는 '신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여러 고서에 등장하는 '기린교'였다. 옥인 시범아파트가 건설되던 1960년대 후반에 사라진 줄로 생각했던 다리이다. 김영상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상임위원이 1994년 출간한 ‘서울 육백년'에 ‘수성동에 걸려 있던 기린교 돌다리’란 설명과 함께 실린 사진과 똑같은 다리였다. 기린교는 그냥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돌 폭 70cm 두께 35cm, 길이 3.7미터의 장대석 두 개를 이어 붙인 것과 같은 모습인데, 그 이상의 의미로 수성동 계곡 복원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겸재 정선의 '수성동 계곡'이라는 그림에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린교? 동물 기린에서 따온 말이다. 기린은 우리가 아는 목이 긴 그 동물이 아니다. 고서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수컷은 기(麒)라 하고, 암컷은 린(麟)이라 한다. 기린은 성인이 태어날 때 그 징조로 나타나는 동물이라고 한다.

겸재 정선이 그린 '장동팔경첩(간송미술관)'의 '수성동 계곡'을 통해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이 뒷짐을 지고 기린교를 넘어 널따란 너럭바위로 간다.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한가롭다. 마치 저녁을 먹은 후 마실을 가는 모습이다. 이곳은 추사 김정희의 시에도 등장한다. '푸르름 물들어 몸을 싸는 듯/ 대낮에 가는데도 밤인 것 같네./ (중략) 낙숫물 소리 예전엔 새 소릴러니/ 오늘은 大雅誦(대아송)같다./ 산 마음 정숙하면 새들도 소리 죽이나/ 원컨대 이 소리 세상에 돌려/ 저 속된 것들 침 주어 꾸밈없이 만들었으면.('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水聲洞雨中觀瀑此心雪韻)'

전에는 이곳이 우거져 대낮에도 밤처럼 어둡고 바위 사이에서 들리는 소리가 마치 독경 소리처럼 낭랑하게 들린다는 얘기다.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양쪽 암반을 공명하며 콸콸콸 흐른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내 마음에도 수 만마리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 마음이 요동친다. 60년대 이 자리에 옥인시범아파트가 있을 당시에는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다리로 쓰였다고 한다. 복원 사업으로 원래 모습을 되찾았으니 다행이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 수성동까지 오는 관광객들은 모두 한 번씩 보고 간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온갖 상처를 남기고 이제 원점으로 돌아간다. 경복궁부터 청와대, 남산타워까지 한눈에 보이는 서울의 전경은 절로 탄성이 나오게 한다. 그야말로 절경이다.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수성동 계곡에 가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잠재우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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