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농단(壟斷), 그리고 관세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13일 14시15분

농단(壟斷)은 ‘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아오른 언덕'이라는 뜻으로 맹자(孟子)의 공손추장구(公孫丑章句)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에 익숙한 이유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의 장난으로 상황이 뒤바뀌는 의미로 쓰이니 ‘농간’과 비슷하게 여겨 희롱할 ‘농(弄)’자를 쓰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는 언덕 ‘농(壟)’자이다.

맹자가 제나라의 선왕을 돕기로 했는데 아무리 진언을 해도 선왕이 듣지 않았다. 이에 낙담한 맹자는 제나라를 떠나려 결심한다. 맹자의 의중을 들은 선왕은 다급히 사람을 보내 도성에 저택은 물론, 만종의 녹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따를 것이고, 또 왕의 권위에 기대 권문세족들도 우러러볼 수 있게 되지 않겠냐는 의도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는데 왜 떠나려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내 의견이 채택되지 않는데 그깟 봉록에 매달려 부를 차지하고, 혼자만 높은 자리에 올라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 못지않게 나쁜 죄악이라’며 쏘아부쳤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때 나온 고사가 ‘농단’이다.

근원은 이렇다. 시장을 눈여겨보던 장사꾼이 하나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면서 시장 근처에 있는 높은 언덕에 올라가 시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내려와 목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품목을 골라 몽땅 사 모은 뒤 독점으로 비싸게 팔아 순식간에 폭리를 취했다.

정보가 돈이 된 것인데 비싸게 샀던 사람들이 나서서 그 장사꾼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그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결국 시장을 관장하는 관리가 나섰다. 그 장사꾼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가가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한 농단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독차지함’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처럼 재화가 거래되면서 생기는 이익에 국가가 부과하는 세금을 부가가치세라고 한다. 물건이 창출하는 이윤만큼 징수하는 것인데 한국을 비롯해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는 부가가치세가 없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이 점에서 비롯된다. 미국에서 생산된 물건이 다른 나라로 가면 미국에 없던 부가가치세가 붙으니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지금 관세로 세계 경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어제 25%이던 관세가 하루아침에 기본관세 10%로 낮춰지면서 유예기간을 두는가 하면, 보복관세를 예고한 중국에는 교역이 끊길 정도의 맞대응이다. 그래서 ‘엿장수 맘대로 관세’라는 말도 나왔다. 이쯤 되면 트럼프의 농단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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