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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근의 황희 리더십의 비밀]백성을 향한 진정한 리더십으로 만인의 존경을 받았던 황희의 죽음

26회. 향년 90세, 큰 별이 지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27일 14시46분

사진 황희 선생의 묘(경기도 기념물 제34호) ---> 자료 출처: 국가유산청

조선의 기틀을 세우고 백성을 위한 일이라면 왕과의 마찰과 갈등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경세가 황희는 죽는 날까지 흐트러짐 없는 삶을 살다가 1452년(문종 2년) 2월 8일 서거한다.

황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문종은 매우 슬퍼하며 조회를 3일 동안 폐지하고 혼령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국가의 토목공사와 궁궐 미 관사 건축과 수선을 담당했던 장작감(將作監)에 명해서 황희의 명복을 비는 재실 영신원(靈神院)을 금승리에 세우고 관리하게 했다.

또 재물을 보내 장사를 도와주는 부증(賻贈)을 후하게 내리고 나라에서 예식을 갖추어 지내는 예장(禮葬)으로 치르게 했다.

예장은 국장 다음으로 큰 장례 예식이었다. 예장과 시호의 하사는 사헌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시행되었을 만큼 대단한 특혜였다.

장사 날에는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달려 나와 비통해하고 애석하게 여기며 울지 않는 이가 없었고 각 지방 관청의 관리부터 노복까지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황희의 유언에 따라 4년 전 먼저 떠난 부인 청주 양씨와 함께 봉분을 같이 하고 실은 달리하는 동분이실(同墳異室) 합장으로 안장하였다.

신숙주가 쓴 황희의 신도비문 내용이다.

공을 안장하는 날에는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저마다 달려와 애통해하고 아쉬워하였으며 각 부처의 서리는 물론 노복까지도 제각기 앞을 다투어 포화(布貨)를 내어 제전을 드리되, 무척 호화스럽게 하여 그 경비를 꺼리지 않았으니 옛사람 가운데 그 유애(遺愛)가 한 지방 한 고을에 그친 이는 더러 있었지만, 공처럼 온 나라가 허둥대며 사모한 이는 천고에 드문 바이다.

공의 죽은 몸을 거두려고 할 때 기이한 기운이 정침(正寢) 지붕 위에 덮여 있어 매우 이상하게 여겼는데 상사를 마친 뒤에 그 기운이 흩어졌다. 이는 하나로 혼합된 아름다운 기운이 땅에서는 하(河)·악(岳)이 되고 사람에 있어서는 대인·군자가 되는 것으로 공의 훈업과 덕망이 온 세상에 뒤덮이고 90의 상수를 누렸으니 그 기운의 오고 가며 모이고 흩어짐이 보통 사람보다 다르다는 것을 여기에 인증할 수 있다.

⟪문종실록⟫ 문종 2년(1452년) 4월 10일 기사에는 “황희는 모양과 태도가 크고 훌륭했으며 총명함이 남보다 월등히 뛰어나고 인격과 도량이 넓고 깊어 자신이 수상이 된 지 24년 동안에 대체를 보존하는 데 힘쓰고 어수선하게 바꾸는 것을 일삼지 아니해 나라의 정책을 세우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면서 신주를 종묘에 모시는 일의 당위를 밝혔다.

문종이 왕위에 오르던 해는 황희가 사직했던 해였다. 그러나 중대한 일에는 꼭 사람을 보내어 문의하면서 어진 재상으로 의지를 삼았던 문종에게 황희의 죽음은 커다란 슬픔이 아닐 수 없었다. 문종은 이틀 뒤 직접 제문을 내려 예우와 찬사를 담았다.

황희의 졸기에는 “수상이 된 지 20여 년 동안 비록 전쟁에서 세운 공로는 없지만 임금을 보좌한 공로는 매우 커서 대신의 체통을 얻었으니, 선왕에게 배향시킨다면 사람들의 이목에도 충분할 것입니다.”라면서 “세종의 묘정에 배향시키게 하고 익성(翼成)이란 시호(諡號)를 내렸으니, 사려(思慮)가 심원(深遠)한 것이 익(翼)이고 재상(宰相)이 되어 종말까지 잘 마친 것이 성(成)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날개를 의미하는 ‘익’은 하늘을 나는 새처럼 두 날개를 활짝 펼쳐 왕을 보필했다는 것과 이루었다는 ‘성’을 합쳐 왕이 품을 뜻을 함께 이루어 미친 공이 크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황희의 서거 소식은 명나라에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조선 최고의 인재를 잃었다고 여긴 명나라는 또 다른 인재가 있는지 파악하고자 조선으로 공작을 보내 살을 찌워 보내라고 요구했다.

대국이 트집을 잡아 조선을 넘보려는 계획임을 알면서도 공작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알지 못했던 왕과 대신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묘책을 찾지 못하자 왕은 황희의 집으로 신하를 보내 남긴 유언은 없었는지 알아 오라고 시켰다.

황희의 임종을 지켜봤던 시종들은 “대감님이 떠나시면 우리 같은 소인들은 누구를 믿고 어떻게 살아갑니까” 하면서 슬퍼하니 “공작은 날거미만 먹고도 사는데 무엇을 걱정하느냐.” 하면서 달래주었다고 말했다.

과연 날거미를 공작에게 먹였더니 살이 통통히 오르기 시작했고 무사히 명나라로 보낼 수 있었다.

아직도 조선에는 인재가 있음을 인정하게 된 명나라는 그 후 침공할 생각을 버리고 조선을 얕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죽어서도 자신의 역할을 해냈던 황희의 이 이야기는 비록 허구일지라도 그만큼 그의 존재감이 조선의 역사에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옥동서원 사당 경덕사(국가사적 제532호) ---> 자료 출처: 국가유산청

후대에 이르러서도 왕들은 황희의 업적을 높이 사고 제물과 제문을 보내 제사를 지내고 추모했다.

1731년(영조 7년) 영조는 황희의 화상을 영당에 봉안하고 제사를 받드는 가난한 후손을 등용했으며 예관을 보내 황희의 묘에 제사를 지내게 했다. 1789년(정조 13년) 정조 역시 황희의 묘역이 있는 교하에 머물렀을 때, 친히 제문을 지었고 제사를 지내라고 명했으며 순조와 고종도 제를 지내게 해서 황희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황희의 묘는 현재 반구정이 있는 곳에서 약 8km 떨어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하며 경기도 기념물 제34호로 지정돼 있다.

황희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대표적 서원으로 옥동서원(국가사적 제532호)을 들 수 있다.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 수봉리에 자리한 옥동서원은 1454년 황희의 둘째 아들 황보신이 처가인 상주로 터전을 옮기면서 장수황씨의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고 사랑채의 당호를 백화당이라 지은 데서 유래한다.

그 후 1518년(중종 13년) 황맹헌과 황효헌이 독서하는 곳으로 바뀐 백화서당에 황희의 영정을 모신 것이 효시다. 1580년(선조 13년) 백옥동 영당을 건립하여 향사를 지내면서 서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1715년(숙종 4년) 현재의 위치로 이건했다.

1789년(정조 13년) 조정으로부터 현재의 명칭인 ‘옥동서원’으로 사액을 받았으며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도 황희를 모신 성원으로는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은 곳으로 오늘날까지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이곳에는 황희의 현손 황효헌(1491년~1532년)과 그의 증손 황뉴(1578년~1626년)도 추가로 배향하고 있다.

/박용근(전북특별자치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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