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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내 마음의 호수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3월 27일 14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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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후동에서 아중리는 가까운 거리다. 나는 산책하고 싶을 때면 가끔 아중 호수를 찾는다. 지난해에 수중다리를 보강하더니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빙 돌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기쁜 일이다. 시설이 좋아져서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동안 안부를 나눌 수 있어 더욱 반갑다. 봄기운이 완연해서 아내와 함께 갔다. 호수 주변 데크를 걸으며 긴 호흡으로 봄을 느껴본다. 호수 가장자리에서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물안개 위로 생명수를 머금은 버드나무의 새순이 파릇파릇 부풀어 오른다. 호수 주위의 산자락도 차츰 봄의 색으로 바뀌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이 피어나면 개구리도 모여 목청껏 연가를 부르리라.



잔잔한 물결 속으로 산그림자가 음영으로 잠겨있다. 그 위에 동동 떠 있는 물새 몇 마리가 진작부터 봄을 맞이하는지 연속 자맥질로 날개를 빗질한다. 한바탕 스쳐 지나가는 꽃샘바람을 타고 세월도 번쩍 지나가 버렸다. 60년 전의 고교 시절, 내가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땐 검푸르게 펼쳐진 물결에 그냥 정신이 혼미했었다. ‘와! 정말 크다.’ 처음 보는 큰 저수지였다. 두려움까지 밀려왔었다. 아중저수지는 그만큼 몽리가 넓다는 증거였다. 차츰 농토가 주거지로 바뀌면서 물은 철철 넘쳐났다. 이젠 시민들이 찾아 즐기는 휴식 공간으로 변했다. 나이 든 부부, 젊은 청소년, 사랑하는 연인 등, 모두가 여유롭고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옷차림도 가볍고 색깔도 다양하다. 앙증스러운 애완견도 보송한 솜털에 싸여 귀엽다. 한발 한발 뒤뚱대며 걷는 아이가 밝은 웃음을 준다.



지붕 있는 광장, 긴 벤치, 흔들 그네, 옹기종기 모여 쉬는 상춘객들…. 긴 겨울을 벗어던지고 봄의 기지개를 켠다. 손님 없는 흔들 그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 쉬었다. 우리도 다정한 부부로 보이고 싶었다. 아이들처럼 발로 밀어 흔들어 봤다. 앞뒤로 흔들리는 느낌이 마치 나무로 만든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 때처럼 고소했다. 핸드폰 사진도 찍었다. 건너편 산자락을 파내며 새길을 내는 중장비의 굉음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흙먼지가 날리는 건설의 현장이다. 일요일인데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새길을 완공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도로 옆에는 유리 도서관도 짓고 있다. 호반 북카페다. 음료와 커피를 즐기며 호수를 내려보면서 책을 읽는 시민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책 읽는 여유, 인생의 참 멋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철학 교수의 인문학 강의에서 “독서는 지식을 얻는 것도 있지만, 책을 통해 마음을 수양하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부는 학창 시절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해야 한다는 말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중 호반 북카페’ 운치 있는 이름으로 들린다.



검은 새 두 마리가 멀리 떠나가고, 파닥거리며 날아오던 청둥오리가 물갈퀴를 제동 삼아 사르르 내려앉는다. 무섭지도 않은 듯, 새파란 물에 둥실 떠서 타고난 재주를 부린다. 그중에 우리는 봄의 호수를 즐기고 있다. 아중 호수는 전주 시민이 찾기에 알맞은 유원지다. 주변에 좋은 맛집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친구들과 함께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봄을 즐기고 건강도 챙기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아중 호수다. 전주시의 계획적인 시설투자로 63만 시민이 즐겨 찾는 도심 속 유원지로 거듭나고 있어 좋다. 일산 호수공원처럼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 공간도 들어섰으면 좋겠다.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 나는 아중 호수를 내 마음의 호수로 삼아 사랑하련다.



신팔복 수필가는



한국문협 회원, 전북문인 이사, 전북수필 이사



진안문협 회장 역임,행촌수필 부회장 역임, 영호남수필 부회장 역임 은빛수필 감사 역임



문학상 2회 수상



저서 수필집 '마이산 메아리', '내 생활의 좌표계'

/신팔복(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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