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안개, 아름다움과 위험의 경계에서

기사 작성: - 2025년 02월 24일 13시27분

아침 출근길, 도심을 감싸는 자욱한 안개는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안개 사이로 언뜻 보이는 나무와 새들의 지저귐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 뒤에는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의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는 매년 수백 건에 달하며 치사율은 맑은 날 사고의 5배 이상이다. 해마다 안개로 비롯된 크고 작은 교통사고 소식이 잇따르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2015년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연쇄추돌 사고는 안개가 얼마나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안개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고 신호이며, 안개를 보다 면밀히 관측하고 예측하는 일은 기후변화와 기술 발전의 시대에 새로운 도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개는 대기 중 수증기가 응결해 지표면 가까이에 떠 있는 기상현상이다. 형성 원인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지표면이 급격히 냉각되며 생기는 복사안개,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지표면 위를 지나며 발생하는 이류안개, 수면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 형성되는 증발안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우리나라 내륙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복사안개이다. 주로 바람이 없고 하늘이 맑은 날에 발생하며, 지표의 냉각으로 공기가 포화되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온이 가장 낮아지는 새벽과 아침 사이에 나타나고 일출 후 2~3시간 정도 지속된다.

이러한 안개는 우리의 일상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교통안전 측면에서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안개가 발생하면 수평 가시거리가 1㎞ 이하로 떨어져 도로 위 운전자의 판단력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추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안개는 환경과 인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안개가 결합하면 스모그가 형성되며, 이는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짙은 안개는 선박과 항공기의 입출항 및 운항을 지연시키는 등 물류와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상청에서는 이와 같은 안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천리안위성, 해양·지상 관측망, CCTV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안개를 관측, 감시하고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주요 고속도로 75개 지점에 기상관측망을 구축하고 도로의 가시거리 실황 정보를 전광판, 내비게이션, 모바일 앱 등으로 운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여 도로 위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정확한 안개 예보를 위해, 수치예보모델의 예측 결과와 예보관의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 날 수평 가시거리 200m 미만의 짙은 안개가 예상되는 경우 상세안개정보를 통해 도로 중심의 안개 주의 구간, 예상 지역, 지속시간 등을 제공 중이다. 이 정보들은 기상청 날씨누리, 날씨알리미 앱, 기상통보 등을 통해 발표되고 있으며, 올해 개발 사업 착수에 들어간 기상위성 천리안위성 5호가 발사되면 지금보다 더 정밀한 안개 정보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개가 낀 날 도로 위로 나선다면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안개 정보를 꼭 확인해야 하며, 그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안전 운행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다. 운전자는 운전 속도를 줄이고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안개등을 켜서 자신의 위치를 다른 운전자에게 알림으로써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앞 차량의 조명을 보고 위치를 확인해 혹시 모를 사고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안개는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함과 동시에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하면서도 그 이면의 위험을 간과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상청의 안개 정보에 운전자의 안전 운행을 더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되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어야 함을 기억하자.

/기상청장 장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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