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진안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다

진안향토문화예술연구회 `진안고을' 25호 발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1월 09일 14시20분

진안향토문화예술연구회가 지역문화종합지 ‘진안고을’ 제25호를 펴냈다.

이번호는 이용엽 진안향토문화예술연구회장의 '3.1운동으로 폐교된 진안사립화동학교의 실상', 곽장근 군산대 교수의 '진안 도통리 도공 후예들', 이종근 새전북신문 편집부국장의 '조선시대 궁중 잔치에 선보인 몽금척(진안 금척무)', 윤재석 수필가의 '가사체의 진수 진안 이산구곡가' 가 특집으로 꾸려졌다.

곽교수는 지금으로부터 1350년부터 남해안과 서해안에 왜구가 출몰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왜구의 피해가 무자비하고 극악무도해 도공들이 호남정맥을 넘어 전북 동부로 대거 이동한다. 이 무렵 진안 반송리, 순창 심초리 등 섬진강유역에서 고려 말기 청자가 홀연히 등장한다. 전북 동부의 풍부한 백토가 도공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 보약 같은 자양분이었다.

진안 도통리를 떠난 도공의 후예들이 400년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진안군 백운면 반송리와 성수면 중길리에 정착한 도공들이 그들의 끼를 맘껏 발휘해 중국식 벽돌가마에서 초기청자를 구운 진안고원을 도자문화의 중심지로 다시 가꾸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가마터가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몹시 애통하다고 했다.

이회장은 진안군 주천면에 1908년 사립 화동학교가 세워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1년 역사를 지우고 공립 주천초등학교가 됐다. 그 이유는 화동학교를 중심으로 3.1만세 운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화동학교의 자취는 제1회 화동학교 졸업생이 가지고 있는 12쪽 짜리 유인물 ‘화동’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으며, 이 유인물에는 전북 최초의 학교운동가도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화동학교의 학적부나 기타 증빙자료는 폐기해 버렸는지 단 한 건도 남아 있는 것이 없어 아쉽다. 다만 이 학교 1회 졸업생인 화동학교 행정요원 신현구선생이 기록한 ‘화동(華東)’이란 유인물이 남아 있다. 갱지에 등사기로 복사한 12쪽짜리 자료에는 목차에 의의(意義), 연혁, 당시의 교훈, 학원 명단, 졸업생 명단, 학교 애국가, 학교운동가 등이 수록되어 있어 이 자료를 통해 잃어버린 11년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다. 전라북도 체육발전연구원 이인철 원장(전북체육사 지은이)은 1907년 서울연성학교(구한말 무관학교)의 종합운동회에 순종 임금이 참석하게 되어 통일된 운동가를 부르기 위해, 군부주사 김유철에게 작사를 부탁하여 ‘학교운동가’를 만들었다고 한다. 1908년 화동학교에서는 이 연성학교에서 부르던 운동가를 이 지역에 맞게 몇 구절만 고쳐서 불렀다. 과연 서울에서 부르던 운동가를 누가 어떻게 이 지역으로 가져왔을까?

이원장에 따르면 국군 해산에 대한 울분을 참지 못한 육군부위 육상필이 이곳에 찾아와 친구 김우식(통정대부를 지내고 양정학교를 설립)을 통해 화동학교 교사로 취직하여 체조와 선수를 가르쳤다고 하니 육상필을 통해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화동학교에는 한성사범학교 출신 허강(1885~?) 선생이 학교의 교가와 운동가를 작곡하였다고 하니 그가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전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사된 바에 의하면 당시 전북 도내의 학교에서 운동가를 부른 기록은 찾지 못했으니 전북의 음악사나 체육사에서 운동가를 부른 것은 최초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고종 때 불어닥친 구국 운동의 실천적 사례가 오지인 주천에서 태동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사실이다.

이번호는 신팔복의 '지렁이도 치매인가'

등 문학산책, 예술 이야기, 진안향토작가 초대전 전시회 소식 등이 실렸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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