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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일에서 돈을 빼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3년 07월 03일 13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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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자기 돈을 쓰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돈이나 명예나 직위가 목적이 아니다. 일 자체가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행하는 사람이다. 어떤 이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또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번다. ‘일’을 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최근 ‘길위의청년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청년의 삶이 그랬다. 청소년진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청년이다. 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 매주 2, 3일은 편의점과 텔레마케팅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한다. 일을 위한 알바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청년의 삶에서 배우는 게 많았다.

일을 할 때 돈을 삭제하면 남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일’은 우리 생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삶 자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건강하고 집중력 좋은 나이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는 게 ‘일’이다. 강연할 때 가끔 질문했다. 공직에 있는 분들께는 “현재 행하는 일을 위해서 월급 받지 않고 오히려 내 돈을 투자하면서도 해야 하는 가치 있는 일인가?”, 교사나 청소년시설 종사자들에게는 “지금 학교나 시설에서 청소년을 위한 교육이나 프로그램하는데 월급을 받기는커녕 여러분 돈을 내면서까지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웃기는 질문 같지만 내 하는 ‘일’에서 돈을 걷어내면 어떤 것이 남는지 실제 삶의 가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월급이 목적인 일까지 눈에 보일 수 있다. 종일 땅을 파게 하고 다시 땅을 덮는 일을 반복하면서 한 달에 천만 원을 주는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할 것인가? 한다는 사람도 있고, 일억을 줘도 못 한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모두가 자기 형편과 처지에 따라 선택하기 마련이다.

최근 어떤 청년과 직장에 대해서 대화하면서 일에 대해서 몇 가지 충고 아닌 충고를 하게 됐다. 돈을 버는 일이 아닌 내 돈 내면서도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것과 나이도 있으니 이제 한 가지 일 잡으면 깊이 있게 해 봤으면 한다는 것. 30대 중반인 청년은 직장은 2, 3년 단위로 바꾸었다. 몇 가지 더 충고한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10시 넘어 귀가 후 책상에 앉았다. 멍하게 앉아서 생각해 보니 오랜만에 만난 청년에게 꼰대 같은 말만 늘어놓은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청년에게 문자 메시지 보냈다. “너는 자기 소신이 있고 항상 자신에게 맞는 어떤 일을 찾으려고 고민하고 있다. 네가 선택하며 실천하는 힘이 있는 친구다. 잘할 거다. 내가 말한 이야기 중 네가 들을 때 꼰대 같은 말이라고 여기면 적당히 듣고 버릴 것은 모두 버리렴. 여러 일을 경험하며 살다가 꿈꾸는 일을 만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는 일 같다. 나는 나대로 현장에서 잘 살 테니 너도 너만의 삶의 공간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일들만 많았으면 좋겠다. 다만 일을 선택하는 이유는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상당수 청소년, 청년들의 삶이 이야기 중 대부분 자신의 ‘일’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 여러 제안도 하고 고민도 나누면서 매번 결론은 한가지였다. “우리 일에서 돈을 걷어내면 남는 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돈은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것 중 하나지만, 돈을 위해서 일을 할 때 힘겨워지는 인생을 너무나 많이 봐 왔다. 돈은 수단이어야 하지 목적이 되면 삶이 복잡해진다. 상대적 박탈감과 힘겨움이 가중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행하는 이 일 안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즐거워할 때 우리 삶은 어느 한순간이 아닌 계속해서 좋아지지 않을까? 바로 지금 내가 행하는 일 자체로 가치 있다고 믿고 즐거워하는 과정, 곧 복된 삶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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