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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어려운 한자 농업용어 쉬운 우리말로



기사 작성:  박상래 - 2022년 10월 06일 13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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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농촌진흥청 대변인·국어책임관)



지금은 우리말 전도사로 잘 알려진 동료가 우리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농업 전문 잡지에 전문가로서 글을 하나 실었는데, 한 농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박사님의 글은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불평. 그 동료는 순간 매우 창피해지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농업연구 현장에 있으면서 무심코 써 오던 용어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큰 불편함 없이 통하지만, 일반 국민이 접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 의외로 많다. ‘다비(多肥)하면 도복(稻覆)한다.’는 ‘비료를 많이 주면 벼가 웃자라면서 쓰러진다.’라는 의미이다. ‘과습(過濕)하면 열과(裂果)가 많이 발생한다.’는 ‘너무 습하면 과일이 터진다.’라는 의미인데, 우리는 쉬운 말을 놓아두고 굳이 어려운 말로 소통을 저해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1980~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출간된 교과서에는 어려운 일본식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재배학, 식물생리학, 토양학, 원예학, 산림학, 식물병리학 등 당시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저술하였고 영어 원서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었기에 교과서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읽기에 쉬운 책이 결코 아니었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던 일본식 한자의 농업 용어들은 학생들에게 생소하기만 하였다.

욕하면서 닮는다고 하던가? 그렇게 배운 학생들이었지만 그 학생들이 농업연구에 종사하게 되고 자신의 연구성과를 농업 현장에 보급하면서 여전히 어려운 용어를 습관처럼 무심코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생활해 왔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력 향상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말과 글에 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글문화연대 등 여러 단체에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관행적으로 사용해 오던 외래어와 일본식 용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대체 가능한 우리 말로 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농촌진흥청은 올해 6월부터 한글문화연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농촌 분야 어려운 용어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자체적으로 농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자어, 외국어, 일본어 투 표현 등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전문용어 500여 개를 발굴하고 이들 중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용어를 대상으로 우리말 대체어를 만들고 있다. 용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수용도 조사를 통해 50개 이상의 대체어 목록을 확정해 용어집을 발간하는 등 한글 사랑에 적극적으로 앞장설 계획이다.

'농후사료(濃厚飼料)'는 '알곡혼합사료’로, ‘펫푸드(pet food)’는 ‘반려동물 먹이’로, ‘바이오월(Bio wall)’은 ‘식물담’으로, 밀원수(蜜源樹)는 벌꿀나무로, 로터리(rotary)는 경운·흙펴기로 바뀌는 등 관행적으로 사용되던 어려운 용어들이 쉬운 우리말로 순화되었다. 이제 이렇게 바뀐 용어들은 자체 전문용어 심의회와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 심의를 거쳐 올해 연말경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농촌진흥청 대변인실은 지난 2020년 무심코 지나치던 관행을 개선하고 우리말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조사 봉투의 문구를 바꾼 바 있다. 멋진 한글이 있는데도 경조사 봉투에 굳이 ‘축 화혼(祝 華婚)’, ‘부고(訃告)’라고 써야 하는가? 라는 의문은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멋진 경조사 봉투를 재탄생시키면서 농업 분야뿐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농촌진흥청의 한글 사랑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지난해 딸기 품종의 국산화율이 96.3%로 품종 독립을 이루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언론을 장식했다. 이제는 국산 품종뿐 아니라 농업기술 개발 전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에 접근한 우리의 위상에 맞게 농업 용어 국산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이번 한글날을 맞아 농촌진흥청이 추진하고 있는 ‘농촌 분야 어려운 용어 개선’이 우리 농업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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