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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 가득한 진안 안천은 저녁마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을 수 있어 행복하다

[최선우의 둠벙과 농생태 이야기]66. 진안 수렁 논의 백련

기사 작성:  이종근 - 2022년 07월 20일 14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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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따라 완주 소양을 지나 진안으로 산길을 올라 탄다. 산골짜기마다 집과 마을이 보인다. 해바라기가 심어진 편의점을 지난다. 요즘은 산골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안천면 길 아래로 하얀 연꽃이 보인다.

벼가 서 있어야 할 논에 연꽃 줄기가 반듯하게 꼿꼿하게 그리고 촘촘하게 서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줄기가 연한 듯 하나 꺾이지 않는다. 논둑을 빙 둘러 예취기로 풀을 베어낸 자국이 보인다.

연꽃만 있지 않다. 개구리천국이다. 논둑 한 바퀴를 돌아 나오면서 연꽃의 다채로움 모습을 볼 수 있겠다 싶다. 발을 내딛는 순간 폴짝, 풍덩 소리가 들린다. 꼬리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어린 개구리가 인기척에 놀라 사방으로 흩어진다. 처음엔 예초기에 베여 누운 마른 풀과 잘림을 피해 살아남은 초록색 풀들과 같은 색을 띠는 등무늬를 한 개구리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튀는 반대 방향으로 눈을 따라 찬찬히 보니 주먹만한 크기의 꽤 나이가 든 듯 한 개구리가 버티고 있다. 올해 어른이 된 개구리는 손가락만이나 한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한 마리 때론 네다섯 마리씩 뛴다. 얼마전 충남 홍성의 주형로씨와 익산 김영재씨와 나누던 일본의 논개구리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본 논에 가면 개구리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가보지 않았으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그런 농생태계를 가꾸고 싶다 했다. 물론 쌀 수량도 확보하면서 말이다. 이곳은 벼를 키우지 않는 연꽃을 키우는 수렁논이지만 개구리가 같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면서 벼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싶다. 실제 벼논에서 이와 같이 많은 개구리를 본 곳은 익산 함열의 쌀 영농조합법인이 운영하는 논이었다. 일반 논에선 개구리소리는 들리지만 모습은 띄엄띄엄 한마리씩이곤 했다.

주인장에게 개구리가 많다고 하니 연못 사이에 집이 있고, 저녁마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을 수 있어 행복하다 한다. 개구리 소리를 좋아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시끄럽다 하지만 누구에겐 일상속의 하나일 뿐이다. 이야기가 이어진다.

원래 수렁논이었다.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면서 수풀이 우거져 보기가 싫었다. 옛날부터 수렁논은 찰진 쌀을 수확할 수 있다 했지만, 소도 들어가기 꺼릴 만큼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자리이다. 요즘은 이앙기, 트랙터 등 농기계를 이용하여 논 작업을 한다. 때론 트랙터도 수렁자리에 빠지곤 한다. 장비를 이용해서 줄을 이어 끌어 당겨 빼내야 할 정도로 무거운 트랙터는 더 감당하기 힘든 자리이다. 그 자리에 2019년 경 식용이 가능한 백련을 구해 심었다.

건물 뒤로 돌아가니 수심 2미터 정도의 연못이 보인다. 홍련으로 못을 채웠다. 콩알 크기의 먹이를 던지니 팔뚝만한 물고기가 헤엄치며 다가온다. 물에 녹조가 끼는 등 관리가 되지 않던 곳이다. 가장자리로 홍련을 심었고 지금은 못 전체를 뒤덮었다. 홍련이 자리를 잡자 물이 깨끗해졌다. 한쪽에 둠벙을 가면 보이는 배수파이프가 보인다.

연을 심고 잎이 피고 꽃이 피고 겨울을 맞이하는 모습을 여러 사람들이 같이 보면서 언제 이렇게 변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뿌듯했다. 도심에선 먼 이 곳에서 3대째 뿌리 내리며 그 자리를 가꾸며 사는 가족이 있다../전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 농업환경과 농업생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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