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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길목] 신뢰의 원칙

“대법원 1993년 2월 23일 선고 92도2077 판결 중심으로
운전자가 보행자를 신뢰한 것으로 운전자는 무죄”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4월 01일 13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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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현 희(법무법인 수인 변호사)



운전을 하면서 가장 아찔한 순간은 운전 중 사고가 나는 순간이라고 할 것이다. 교통사고로 차나 물건이 파손되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만약 본인이 운전하는 차로 보행자를 들이받아 인명사고가 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운전 중에 보행자를 들이받아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들은 모두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경우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나 운전자가 ‘신뢰의원칙’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신뢰의 원칙이란 스스로 교통규칙을 준수한 운전자는 다른 교통 관여자가 교통규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신뢰하면 족하며 다른 관여자들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것까지 예견하고 이에 대한 방어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는 원칙으로 최초에는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주의의무를 제한하는 이론으로 시작되었으나 오늘날 모든 과실범의 경우에 주의의무의 한계를 확정하는 원칙으로 발전한 원칙이다.

신뢰의 원칙은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발전된 이론으로서 과거 판례는 자동차와 자동차의 충돌사고와 관련하여서는 전면적으로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고, 보행자와 자동차와 관련하여서는 그 적용을 제한하여 달리 취급하고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보행자에 대한 사고에 있어서도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교통사고 이외에도 분업적 공동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도 신뢰를 기초지울 수 있는 분업관계가 확립되어 있다면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도록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신뢰의 원칙도 ① 상대방의 규칙위반을 이미 인식한 경우 ② 상대방의 규칙준수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 ③ 행위자가 스스로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적용이 제한된다는 한계를 가진다.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법원 1993년 2월 23일 선고 92도2077 판결이 있다. 이 사건은 횡단보고의 신호가 적색인 상태에서 반대차선상에 정지해 있는 차의 뒤로 보행자가 건너오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한 운전자가 보행자를 들이 받은 사건으로 대법원은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적색인 상태에서 반대차선상에 정지하여 있는 차량의 뒤로 보행자가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아니할 사태까지 예상하여 그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결국 위 사안에서와 같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보행자를 신뢰한 것으로 족하므로 운전자가 처벌을 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신뢰보호의 원칙은 상대방이 노약자 등 규칙준수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 및 스스로 속도위반 등 규칙을 위반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스쿨존 등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원칙이며, 교통규칙을 위반한 자가 주장할 수 없는 원칙이라는 점을 유의하여 항상 안전운전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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