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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스마트팜 속 삼채, 지구 끝에서 싹틔우는 희망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1월 03일 15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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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인간이 살아가기 가장 척박한 땅 중 하나이다. 평균 영하 40℃를 오르내리는 혹독한 기후, 부족한 햇빛, 고립된 생활 환경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극한 환경이 식량 생산의 미래를 시험할 수 있는 실험실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인구 고령화 같은 전 지구적 위기는 ‘언제 어디서든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요구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제사회는 우주와 극지를 미래 식량 시스템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이자 모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기술은 단순한 농업혁신을 넘어 인류 생존을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ICT와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외부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한 농업 시스템이다. 온도, 습도, 빛, 수분과 영양 조건을 정밀하게 조절해 극한의 기후에서도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그러나 극지나 우주 환경에 적용하려면 단순히 잘 자라는 작물만으론 부족하다. 기능성, 저장성, 생리활성, 재배 효율을 두루 갖춘 작물이 요구된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삼채’를 유망 작물로 주목하고 있다.

삼채는 매운맛, 쓴맛, 단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독특한 풍미를 지닌 채소로, 노지에서의 맛과 향을 스마트팜 환경에서도 그대로 유지한다. 지난 10여 년간의 과학적 연구를 통해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 스트레스 완화, 뼈 건강과 관절염 예방 등 다양한 생리활성이 입증되며, 고기능성 식품소재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삼채는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해 노화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항산화 작용은 물론, 대식세포 활성화, NK세포 수 증가, 염증성 사이토카인 억제 등을 통한 면역조절 효과까지 지니고 있어, 고령층의 건강식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10~20g의 소량 섭취만으로도 복합적인 건강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향후 식사량이 제한되는 고령자나 장기간 고립 환경에 놓인 극지 연구원에게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대사질환 조절과 인지기능 저하 예방 가능성까지 제시되며, 미래 식량 소재로서의 기대가 크다.

남극은 햇빛, 온도, 습도, 토양 등 농업에 필수적인 자연환경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스마트팜의 LED 파장과 광도 조절을 통해 알리신, 퀘르세틴, 폴리페놀 등 주요 성분의 생리활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성 증진 재배’ 전략은 단순한 작물 재배를 넘어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고기능성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스마트팜 기반 삼채 재배는 향후 우주 식량 시스템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기대하게 한다.

아직 남극에서 삼채가 공식 재배된 사례는 없지만, 스마트팜을 활용하면 극한 환경에서도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생산된 삼채는 극지 연구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고령층의 면역력 증진과 항산화 효과를 통해 건강수명을 늘리고, 나아가 공공보건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남극에서 피어날 초록빛 삼채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 과학이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식량·건강 산업의 상징이자, 식량 위기와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우리는 남극에서 자라날 이 작은 채소가 전하는 커다란 희망의 메시지를 기대하며, 그 가능성을 신중히 믿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국립식량과학원 푸드테크소재과

농업연구관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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