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그락달그락]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 청소년기자단워크숍 활동을 진행하며...

기사 작성: 청소년자치연구소 정이한 - 2025년 09월 10일 15시16분

학기당 시험 두 번, 모의고사, 수행평가, 보충학습, 생활기록부 챙기기 요즘의 청소년들은 바쁘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여 과한 난이도의 과제와 단순 암기형 수행평가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어느 주말에 모인 기자단은 이러한 교육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내신으로 입시를 하는 경우, 한 번 떨어진 성적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아예 학교를 자퇴하는 케이스도 많았다. 재입학을 하거나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에 올인하는 경우이다.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아직 진로를 정하지도 못한 단계에서 과목을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학생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반복되는 테스트 속에서 청소년들이 지친다는 것이다. 다양한 것을 경험해볼 시기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청소년들은 이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또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학교가 어떻게 역할을 해야하는지 고민했다. 청소년들은 ‘고교학점제 때문에 새로운 평가들이 많이 생기는데, 제가 밤 새서 고민한 거랑 AI로 몇시간 안에 완성한 거랑 점수 차이가 없어요. 변별력이 있는 것 조차 의심스러워요.’ ‘학점을 이수할 과목을 1학년 2학기 때 선택해야 하는데, 그때부터 진로의 방향을 결정해야 해요. 그 시기에 진로를 결정하기에 너무 어렵잖아요. 배려가 없는 것 같아요.’라며 평가의 허점을 짚었다.

수행평가도 문제가 컸다. 한 학기에 과목당 4~5개를 시행하다보니 1년에 50~60개의 크고 작은 평가를 거쳐야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험기간에 더 몰리는 것 같다고. 가은 청소년은 시험기간에 3개의 발표 수행을 준비했어야 했다는 경험을 들려주었다. 학습은 의미 있어야 하는데, 오로지 변별력을 위한 평가로만 느껴진다고 한다.

지난 달 3일 진행된 청소년기자단 ASPECT 여름 워크숍에서는 단순히 불편함만 늘어놓기보다 실제 청소년들이 겪고있는 문제점에 대해 여러 관점으로 이야기 해보았다. 하나씩 이야기를 해보자는 말에 포스트잇에 문제점을 7~8개 하나하나 설명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이렇게 함께 이야기해보자 청소년이 느끼고 있는 불편함과 그 이유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단순히 ‘힘들어요’, ‘어려워요’를 넘어선 지점들이었다.

[청소년기자들이 나눈 내용]

#수행평가

시험을 보기 하루 전까지 발표 및 PPT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

수행평가가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해야 하니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노가다 수행평가 많다.

#고교학점제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학생들은 과목 선택이 어렵다.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과목 선택)이지만 진로와 어긋나면 불이익이므로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고1 때부터 진로를 정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실제 교육현장에 있는 군산 교사를 초청하여 또 다른 관점을 들어보기로 했다. 고등학교에 근무하며 학생들의 교육환경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다. 고교학점제와 수행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했지만, 반대로 교사로서 겪고 있는 고충을 설명해주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는 훌륭했지만 실제 현장에 맞지 않아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환경을 바꿀 수 없으니 대입에 따른 선택보다 주체적으로 이용해보라는 조언을 남겼다.

인터뷰를 마치고 청소년기자들은 사뭇 다른 의견들을 내놓았다. 한 청소년은 ‘이 제도를 갑자기 폐지하거나 바꿀 수 없으므로 견디고 버텨야 하는 건 당사자인 우리라는 사실이 속상했지만, 잘 버텨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고교학점제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취재하며 실제 당사자인 청소년들과 교육 정책 관련자들의 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또 ‘현재 학생인 내가 바꿀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허무함을 느꼈지만 이 제도 속에서 살아남아 더 나은 교육제도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취재와 인터뷰로 선생님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제도가 바뀐다는 문제를 알게 되었다. 교육 정책자들이 실제 현장에 맞는 정책을 내주기를 바라고, 요구해야겠다고 말하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이번 취재는 단순히 불편한 점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청소년 기자로서 고교학점제와 수행평가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며, 제도의 장단점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무조건 좋다’거나 ‘무조건 나쁘다’는 이분법을 넘어,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에서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나아가 더 나은 방향을 요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교육 문제를 넘어 사회의 다양한 사안에서도 시민으로서 참여하고 변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청소년기자들은 앞으로도 현장을 보고, 듣고, 기록하며 목소리를 낼 준비가 된 시민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청소년자치연구소 정이한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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