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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세계를 울린 K-문화강국의 비전-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8월 27일 14시35분

최근 소니 픽처스와 넷플릭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2025)가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공개 60여 일 만에 누적 시청 2억 회를 돌파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다. 글로벌 스트리밍 순위는 연일 상위권을 차지했고, 특별 상영회와 ‘싱어롱 이벤트’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놀라운 성과다.

K-POP의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극중 걸그룹 ‘헌트릭스’의 주제곡 〈Golden〉은 빌보드 글로벌 200과 핫 100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했으며,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의 노래들 또한 세계 주요 차트를 석권했다. 특히 영국 싱글 차트에서는 세 곡이 동시에 TOP 10에 오르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며, 영화와 음악이 함께 전 세계인의 귀와 눈을 압도하는 이례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어 자랑스럽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본 〈케이팝 데몬 헌터〉는 어느새 여러 번 반복해서 시청할 만큼의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긴장감과 해학, 음악과 율동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적 힘이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전통을 현대적으로 창의적으로 해석한 방식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세계인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이 작품은 단순히 K-POP의 인기에 편승해 성공한 것이 아니다. 영화의 서사와 영상미, 음악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희생과 정체성의 철학을 담아내고 있다. 루미를 중심으로 3명의 걸그룹 ‘헌트릭스’는 무대 밖에서는 악령과 맞서 싸우는 헌터로 등장한다. 전통 무속의 굿 서사가 아이돌 공연과 결합하면서, 음악과 춤은 인간 영혼을 지켜내는 새로운 힘으로 재탄생한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사자 보이즈 역시 단순한 대립적 캐릭터에 머물지 않는다. 중심 인물 진우는 초반에는 악령에 휘둘려 헌트릭스와 대립하지만, 후반부에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루미를 위해 자기희생을 택한다. 그는 악령과의 결전에서 자신을 내던져 헌트릭스를 구하고 악령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죽음이 아닌, 타인을 살려내는 속죄와 헌신의 이야기다. 루미는 그의 희생을 통해 다시 무대에 설 영혼의 힘을 얻게 되고, 내면의 어둠을 극복하는 새로운 각성을 경험한다.

여주인공 루미의 극복 과정은 오늘날 청년 세대가 직면한 자기 부정과 회의, 좌절을 넘어설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상처 속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지켜내는 용기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OST 〈Golden〉의 가사에 집약되어 있다. “우리는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가고 있어, 지금이 우리의 순간이야(We’re go-ing up, up, up / It’s our moment)”라는 대목은 새로운 도약을 향한 선언이며, “우리는 함께 빛나(together we are glowing)”라는 구절은 자기 내면의 긍정성을 자각하는 고백이다. 개인의 긍정적 정체성 확립이 곧 공동체의 희망으로 확장된다는 이 메시지는 ‘황금 혼문(Golden Honmoon)’이라는 설정과 맞물려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루미의 극복과 진우의 희생, 그리고 〈Golden〉이 전하는 정체성의 선언은 K-문화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의 진가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성실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엮어내는 힘에서 드러난다. 무당의 굿과 칼춤, 까치와 호랑이 민화, 남산타워와 고궁 같은 상징들은 K-POP 공연과 결합하며, 한국 문화를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 숨 쉬는 현재적 전통으로 되살리고 있다. 해학과 율동 속에 스며든 희생과 열정은 K-문화를 단순한 대중 소비재가 아닌, 인류 보편의 감동과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로 격상시킨다.

우리가 지향하는 문화강국은 단순히 수출 실적을 늘리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절망을 넘어설 힘을 길러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오늘의 K-문화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인류가 함께 나눌 새로운 황금 시대, 평화와 희망의 문화를 열어가고 있다./박광수(원광대학교 명예교수, K-전통문화학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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