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역대급 재정난 무색, 못쓰고 남긴 지방예산 3조원

-전북 지자체 예산 이월률과 불용률 갈수록 높아져
-지자체와 지방의회 재정운용 책임성 한층 강화해야

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3월 16일 14시35분

역대급 세수결손 사태로 인한 재정난을 무색케 지자체들은 여전히 줘도 못쓰고 남기는 예산이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민선 7기(2021년)와 민선 8기(2023년) 재정운용 실태를 분석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자치도청의 경우 동기간 전체 예산대비 이월액 비중이 0.90%에서 1.58%로 0.68%포인트 늘었다.

금액으론 839억 원에서 1,474억 원으로 무려 635억원, 즉 75.7% 증가했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만큼 재정운용이 허술했다는 의미다. 사업계획 부실이나 행정절차 지연 등의 문제로 착수조차 못해 남아도는 예산을 이듬해 회계로 넘겨버린 명시이월 사례, 또는 사업도중 설계변경이나 집단민원 등에 발목잡혀 다 쓰지못해 다음해로 넘겨버린 사고이월 사례가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 쓰지못해 아예 사장시켜버린 불용처리는 그나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같은 기간 전북자치도청의 불용액은 2,019억 원에서 692억 원으로 65.7%(1,327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심각한 재정난 속에 7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사장시킬 정도의 재정운용 실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선 시·군청은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전주시의 경우 동기간 이월률이 2.4%포인트(11.9→ 14.3%) 가량 늘어 도내 6개 시청 중 가장 가파픈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전국 기초시 평균(1.3%포인트) 증가율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뒤이어 남원시(2.4%포인트)와 군산시(2.2%포인트) 등의 증가세가 도드라졌고 익산시(0.03%포인트)는 가장 양호하다고 진단됐다.

군청에선 진안군(6.62%포인트)의 증가율이 전체 7곳 중 가장 가팔랐다. 반대로 완주군(-3.8%포인트), 무주군(-3.0%포인트), 장수군(-2.1%포인트), 고창군(-0.94%포인트)는 감소세를 보였다.

불용률은 시청의 경우 남원시(0.9%포인트), 군청에선 완주군(2.1%포인트)의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다. 이는 전국 평균(각각 -0.8%포인트, 0.1%포인트)과도 거리가 멀었다.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지않는 지자체의 재정운용 책임성, 그 심의권을 쥔 지방의회의 의정역량이 다시금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책임연구자인 손종필 수석연구위원은 “국세와 지방세 감소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재정운용에 어려움이 있음에도 이월률과 불용률이 더 증가했다는 것은 그 책임성이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과도한 이월 방지대책은 물론, 집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즉각 추경에서 삭감하거나 다른 용도로 바꿔 사용하는 등 재정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의회 또한 명시이월을 관행처럼 손쉽게 처리해줘선 안된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전북자치도청과 14개 시·군청이 처리하는 문제의 이월액과 불용액은 해마다 약 3조원 안팎에 달하는 실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 한병도(익산을)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공개한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22년) 도내 15개 지자체의 이월액과 불용액은 총 15조5,938억 원대로 추산됐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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