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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파나마운하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16일 14시26분

예나 지금이나 물류는 경제 발전의 중요한 축이다. 농지를 없앤다는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한 고속도로가 우리 경제를 이끌었듯 생산만큼이나 빠른 물류 체계는 산업에 활기를 돌게 한다. 그래서 경제의 대동맥이라는 말도 나왔다. 차량보다 더 많은 물자를 더 쉽게 운반시킬 수 있는 게 선박이다.

일찍이 항로를 개척한 나라들이 많은 식민지를 가졌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그랬다. 안전하고 더 짧은 항로 확보는 경쟁력을 높인다. 그래서 대륙의 좁은 지역을 잘라 운하를 건설했다. 스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가 대표적이다.

파나마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한다. 산지가 많아 배가 들어오면 갑문을 닫고, 물을 채워 배를 띄운 후 통과하는 일명 유문식 운하이다. 길이 82km의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 규격이 있다. 이를 파나마막스라고 부른다.

파나마운하의 필요성은 16세기 스페인 초대국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5세 때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워낙 큰 공사라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1880년 프랑스가 총대를 멨다. 수에즈운하를 개통시킨 엔지니어 레셉스가 일을 맡았다. 기술력이 있기에 완공에는 문제가 없으리라고 봤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다, 말라리아였다. 9년 동안 무려 2만 2천 명이 죽자 프랑스는 손을 들었다. 책임을 맡았던 레셉스 역시 막대한 빚으로 파산했고, 이후 정신이상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고 한다. 방치된 공사에 미국이 나섰다. 스페인과 전쟁으로 필리핀을 획득한 미국은 해군함대의 신속한 전술 전개가 필요했다.

당시 콜롬비아가 지배하던 파나마를 독립시켜 걸림돌을 제거했다. 공사의 가장 큰 적이었던 말라리아 매개체가 모기라는 사실을 알아낸 후 퇴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물이 고인 곳마다 석유를 뿌렸다. 심지어는 성당의 성수까지 없앴다. 책임을 맡았던 고르거스 장군의 상관이 “모기 한 마리 잡는데 10달러를 쓸 셈이냐.”라고 투덜대자, “10달러짜리 모기에 물려 죽으면?” 이라며 불평을 잠재웠다고 한다.

1914년 8월 15일 드디어 운하가 개통됐다. 그 과정에서 약 6,000명의 인부가 또 목숨을 잃었다. 파나마운하를 건설하는데 무려 28,000여명이 희생된 것이다. 완공 후 파나마운하를 비롯한 주변 땅을 미국이 소유했고, 횡포도 심했다. 엄청난 돈 역시 미국이 벌어들였다. 이에 파나마 국민이 저항하기 시작됐다.

1979년 미국 카터 대통령의 협상 후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에 반환이 됐다. 85년만에 고국의 품으로 운하가 돌아온 것이다. 운하 이양식에 미국 측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만큼 내놓기 싫었다. 그 미련이 남아서일까?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이어 파나마운하를 자신들이 소유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운하 수익이 국가 경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파나마, 그리고 운하를 돌려받는 조건으로 군대까지 없앤 파나마에게 무력을 써서라도 운하를 빼앗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어떻게 볼까? 이게 강대국의 태도인지 묻고 싶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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