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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당신이 내 가족을 살리고 있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12일 22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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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회 일정을 끝내고 금요일 늦은 11시 30분쯤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피곤함과 어둠은 만석인 고속버스 안에서 나를 곧 잠들게 하였다. 잠든 나를 깨운 것은 어느 여성분의 “어! 어~~”하는 작은 외침이었다. 달리는 고속버스 안은 간간이 들어오는 작은 빛을 제외하고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고 밖은 전혀 위치를 추정할 수 없는 상태였다. 눈을 뜨고 발견한 것은 앞좌석의 중년 남성이 의자와 의자 사이에 고개를 푹 떨어뜨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색을 살피니 얼굴은 이미 창백하고 식은땀으로 뒤덮여 있었다.



중년 남성의 경동맥을 촉지하였고 9년여 동안의 응급실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하였다. 급히 좌석에서 일어나 벗고 있던 신발을 다시 신을 겨를도 없이 남성분을 좁은 통로에 눕히기 위해 좌석에서 일으켰다. 그 중년 남성이 왜소한 체격임에도 불구하고 좌석에서 일으켜 눕히는 것이 여의찮았다. “도와주세요”하고 외쳤다. 하지만 주변 반응은 예상밖에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3~4차례의 간절한 도움 요청에서야 맨 앞좌석의 젊은 남성분이 일어났고 나를 도와 그 중년 남성을 통로에 눕힐 수 있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님에게 현재의 위치 확인 및 고속도로 119 구조요청, 그리고 119와 만날 수 있는 장소를 확인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다행히 중년 남성은 가슴압박을 시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되찾았다. 의식이 있는 상태로 중년 남성은 119 대원에게 인계되었다. 다시 고속버스는 환하던 실내등을 끄며 전주를 향해 달려 나갔다.



새벽녘에서야 도착한 버스는 사람들을 종착지에 쏟아내었고 내리는 버스 안에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왜 사람들은 3~4차례 도움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와주는 것을 주저하였던 거지?’ 하지만, 이런 생각은 누군가의 조언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당신이야 응급실 경력에, 심폐소생술 교육도 몇 년째 하고 있으니 그 상황이 두렵지 않겠지만 일반인은 그 상황에 나서기가 두렵지 않겠소?”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08년 대비 1.9%에서 29.3%로 증가추세이다. 지난 10여 년간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해 왔다. 매 교육 시 가슴압박 위치, 속도, 깊이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반복 연습을 하게 하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응급상황 시 앞으로 나설 수 있는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것을 간과하였다. 앞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에서 목표는 당신이 먼저 나서려고 하는 의지를 높이는 것이다. 벌써 가슴이 뛴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당신의 가족을 살리고 있을 것이다.

/이명인(원광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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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갑작스런 심근경색 등으로 쓰러져 사망하는 사례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렇게 사망하는 사람이 내가족이 될수 있다라는 생각을 많이하구요. 모든분들이 내가족을 위해 심폐소생술 교육은 배웠으면 좋겠네요^^ 비사랑(2025.05.23 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