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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지대]대한민국 주류대상서 대상 받은 전통주 양조장 ‘공동체 공간 수작’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09일 14시29분

#사진 참발효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뒤 술빚는 친구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어떤 분야든 웬만큼 잘하고, 빼어나서는 빛이 나지 않는다. 술 빚는 일은 더 그렇다. 전국에서 전통주를 빚어내는 양조장만 1,200여 곳에 이르고, 이들 양조장에서 내놓은 술 종류는 수천 가지가 넘는다.

외지기로 유명한 완주 동상면에서도 외진 수만리에서 이제 갓 양조장을 열고 술을 빚기 시작한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공동체 공간 수작’이 참발효어워즈로 불리는 ‘숨은골 탁주’가 대상, 을 받은 건 그만큼 값지다.

‘수작’은 지난 15일 있은 시상식에서 ‘숨은골 탁주’로 상을 받았다. 숨은골은 동상저수지 끝자락에 있는 마을 이름에서 지은 수작의 브랜드명. 이곳 수만리는 1965년 1월 1일 준공했다. 인적이 드문 첩첩산중으로 다락 논밭을 일구고. 곶감을 깎아 생게를 이었던 곳. 하지만 1969년 동상저수지가 준공되자 물이 찬다는 뜻의 수만리 지명대로 만조선 마을이 되었다.

이진영대표가 양조장 앞에서 발효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술은 비록 같은 누룩을 쓰더라도 청정한 이 지역에서 나는 효모로 향과 맛이 달리 진다는 것. 따라서 이곳의 청정한 바람과 기운으로 여느 곳에서 빚은 술보다 그 맛이 탁월하다는 거다.

이번 주류대상에는 전국 218개 업체에서 1,061개 술이 출품됐다. ‘수작’은 이미 2024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숨은골 약주’로 상을 받았다.

단지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숨은골 빨강 소주’는 이 마을에 지천으로 자라던 한약재인 지초를 이용한 빨간색이 특징인 증류주다. 지금은 ‘빨강 45’로 이름을 바꾼 빨강 소주는 2024 제1회 대한민국 증류주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상품들마다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공동체공간 수작’에서 만드는 탁주와 약주, 빨강 45 같은 모든 제품이 전국대회 상을 거머쥔 셈이다.

빨강 소주는 한약재 지초를 넣어 발효한 술, 지초는 이 마을에서 지천으로 자란 한약재다. 마을 이름이 단지(丹芝)마을인 이유다.

상을 받은 참발효어워즈는 특히 시민 맛 평가와 전문가 관능 심사, 현장 심사 등 3개 단계의 심사과정을 주는 상.

212명의 시민평가단이 본선에 나갈 제품을 선정하고, 본선에서는 이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블라인드 평가를 거쳐 다시 고른다. 전문가 선정 이후에도 현장실사에서 환경보호와 지역농업 연계성, 문화적 전통 같은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두루 갖춘 제품을 엄선해 주는 상이다. 술맛이나 브랜드 파워만으로 받기 힘든 상인 셈이다.

‘수작’이 이곳 수만리 청정 지역에 양조장을 낸 것은 부러 청정한 곳을 찾아 나선 게 아니다. 대표 이진영 씨가 나고 자란 곳이다. 수만리에서 나고 자란 이 씨는 대학 졸업 후 도시에서 인테리어일을 했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한옥 보수 기술사 공부도 했다. 자격증 따기가 어려워 그만둘까 하던 차에 우연히 접한 술빚기가 천생의 업이 되었다.

“한옥 기술자 시험이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과 전주술박물관에서 술 빚는 공부를 했어요.”

경정 선수와 공기업에 다니던 친구. 전통 놀이에 심취해있던 친구, 인테리어 일을 하던 저까히 각자 다른 색깔의 삶은 살던 4명이 함께 배웠는데 결국에는 함께 양조장을 열었다.

“술을 내리는 방법도 보통을 탁주 빼고 청주를 빼는 식인데 저희 숨은골 술은 하나의 레시피로 술을 만듭니다. 즉 탁주는 탁주대로 청주는 청주대로 술을 빚어 술맛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숨은골 시리즈는 빚는 것도 중요하지만 숙성도 술맛의 한 몫을 차지한다. 제품을 만들어 병에 담기까지 숨은골 탁주는 3개월 정도, 약주는 10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계획했던 술의 맛과 향을 위해서다. 인공적인 맛과 향을 첨가하지 않고 오로지 쌀, 물, 누룩으로만 맛과 향을 구현하려다 보니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빚는 법이나 발효와 숙성 등 자연적인 방법만을 추구한다. 하지만 오랜 숙성 과정은 생각보다 큰 비용과 손길, 열정을 요구한다.

“문헌 속 레시피는 그 시대에 향과 맛이 가장 좋은 술을 빚기 위한 기록이지요. 당연히 그 시대를 살았던 조상들의 입맛과 현대인들의 입맛이 같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 맛과 향을 지닌 술을 빚으려고 문헌을 뒤지고, 수십 번의 술을 반복해서 빚었습니다.” 김유녀 기술 이사는 숨은골 시리즈를 생산하기 위해서 문헌을 보고 또 보고 했단다.

“술을 빚을 때 누룩이 1%라도 첨가되면 맑은술을 나타내는 ‘청주’라고 표기하지 못하고 ‘약주’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사실 이 약주라는 명칭 때문에 술에 약성을 내는 약재가 들어간 줄 알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이진영 대표가 겪은 에피소드를 말했다.

“술을 빚는 보통의 방법은 한 항아리에서 맑은술인 약주를 적당히 뜨고 거기에 적당한 양의

물을 부어 다시 발효하여 탁주를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 양조장은 탁주 12는 단양주(한 번 발효)로 빚고, 약주는 이양주(두 번 발효)로 빚습니다.” 즉 탁주는 탁주대로, 약주는 약주대로 다른 공정으로 술들을 생산하고 빚기 때문에 술맛이 다르다는 김영기 생산부장의 설명이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양조장만 1,200개.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본을 지켜나가는 것’이라는 게 술을 함께 빚는 이들의 공통된 생각. 지켜나가고자 하는 기본이 궁금하다. “과거 조상들은 술을 취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저희도 선조들이 그랬듯 즐기는 술을 빚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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