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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문화유산 보존을 사회간접자본과 같이 생각할 때이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20일 15시14분

사회간접자본

사회간접자본이라는 개념은 20세기 초반 경제학에서 등장했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교통, 통신, 전력, 용수 등의 인프라가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로 인식되었고, 이러한 시설들을 총칭하여 사회간접자본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는 국가나 지방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투자하고 유지해야 할 필수적인 시설로 자리 잡았다. 공공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은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줄이며, 모든 시민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도 1960~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도로, 항만, 발전소 등을 대규모로 건설하며 산업화를 지원했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을 도입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건설 초기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고, 일부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적 지원, 그리고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민간투자와 공공-민간 협력 모델이 활용되면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화유산 보존을 사회간접자본처럼 인식해야 할 때

문화유산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발전과 직결된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문화유산 역시 국민 정체성 확립과 공동체 의식 형성,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오늘날의 문화유산 보존은 과거처럼 일부 역사학자나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유지해야 할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 과거에는 문화유산 보존이 특정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유지하는 정도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이를 사회적 기반시설처럼 인식하고 장기적인 계획 아래 보존과 활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간접자본의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처럼, 문화유산 보존 역시 초기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예산 부족, 정책적 우선순위에서의 밀림, 개발 논리와의 충돌 등이 대표적인 장애 요소다. 그러나 교통망이나 전력 시설처럼 문화유산도 장기적으로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요소이므로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비전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문화유산 보존의 다각적 가치

문화유산은 단순한 유물의 보존을 넘어서 국민 정체성과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역사적 보존의 측면에서 문화유산은 후손들에게 과거의 교훈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문화유산이 사라지면 역사적 연속성이 단절되고, 이는 국민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유산 보존은 단순한 기록 보관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화 교육과 사회적 가치 전수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도 문화유산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 관광은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많은 국가가 이를 활용하여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주 한옥마을, 경주, 수원 화성 등은 대표적인 사례로, 이러한 문화유산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산업은 단순한 방문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 일자리 창출, 전통 산업 활성화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국민적 성원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문화유산 보존은 단순한 역사적 유산의 보호를 넘어, 사회간접자본처럼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문화유산 보존이 소홀해진다면, 우리는 중요한 공공재를 잃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 성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문화유산 보존을 정책적으로 우선시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문화유산 관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사회적 인프라이며, 사회간접자본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이제는 문화유산을 단순한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재'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노기환 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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