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이들이 잊고 있는 웃음, 호기심, 즐거움, 상상력을 깨우는 동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2월 20일 14시49분

'똥파리의 사과(글쓴이 박자호, 그린이 채린, 펴낸 곳 책고래)'는 아이들이 잊고 있는 웃음, 호기심, 즐거움, 상상력을 깨우는 동시로 넘쳐난다. 엉뚱하고, 기발하고, 짓궂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천진한 말과 마음을 재기발랄하게 엮어 낸 동시집이다.

여름철이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파리’와 ‘모기’이다. 파리는 누구보다 먼저 식탁에 올라와서는 정성스럽게 차려 놓은 음식을 얼른 맛보고 얄밉게 도망친다. 그리고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 자꾸만 두 손을 비빈다. 꼭 ‘잘못했어’, ‘미안해’ 하고 사과하는 것처럼 말이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을 재기발랄하고 익살맞은 시 언어로 엮어 낸 동시집이다. 새 학기 첫날, 옆에 앉은 아이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의 어색함과 두근거림, 모두가 잠든 밤 문틈으로 들리는 ‘드렁드렁 컥 푸우’ 요란한 잠꼬대 오케스트라, 운전대만 잡으면 ‘헐크’가 되는 천사 엄마 등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되는 동시가 빼곡히 담겨 있다. 재치 있는 시인의 상상력에 감탄하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 한편이 따뜻해진다.

지은이는 오랫동안 학교, 도서관, 지역아동센터에서 책놀이 활동가로 일하며 아이들을 만났다. 그러다 엉뚱하고 기발하고 짓궂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에 푹 빠졌다.

그 천진하고 맑은 말과 마음을 동시에 담아 보기로 했다. '똥파리의 사과'을 읽다 보면 왜 시인이 그토록 마음을 빼앗겼는지 알 수 있다. 때론 와글와글 떠들고 때로 심술궂게 장난치기도 하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는 아이들을 동시집 속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문틈으로 들리는/요란한 잠꼬대//드렁드렁 컥 푸우/빠득 빠득 빠드득/쩝 쩝쩝 음냐 음냐//뒤질세라 강아지도/고롱 고롱 고로로롱//소리도 박자도 그럴싸한/한여름 밤의 오케스트라('한밤중 음악회’ 전문)'

요즘 아이들은 어른만큼 바쁘고 고단한 하루를 보냅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정신없이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다 보면 어느새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세상이 품고 있는 재미있고 신나는 것들을 미처 누릴 겨를이 없다.

하지만'똥파리의 사과'는 아이들이 잊고 있는 웃음, 호기심, 즐거움, 상상력을 일깨운다. 한바탕 기분 좋게 동시 속에서 뛰어놀고 나면 마음속에 쌓여 있는 것들도 훌훌 날아가 버릴 터이다.

지은이는 이야기를 마음속에 품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가 세상에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한 지 18년 여가 됐다. 재미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도서관 및 학교,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른들을 책놀이 지도사로 양성하고 아이들과 책놀이로 소통하며 책놀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2023년 '전북문단'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고, 동시집 '똥방귀도 좋대'(공저)를 펴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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