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의 길목]`계몽의 변증법'을 다시 꺼내 들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19일 14시17분

194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인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라는 두 사회사상가는 『계몽의 변증법』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들은 근대사회를 탄생시키며 절대적으로 신뢰받아 온 계몽주의와 인간의 이성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인간의 이성마저도 억압과 지배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럽에서는 중세시대까지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종교와 그리스-로마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사회질서 속에서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니 신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 믿음은 루소, 밀, 홉스 등이 주장한 ‘계몽주의’라는 새로운 사회사상의 등장으로 바뀌었다. 계몽주의 사상은 사회질서는 신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며 인간은 신화적 질서를 넘어서는 계몽을 통하여 합리적인 판단과 추론을 통하여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이 믿음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근대사회이다, 근대사회의 하이라이트는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대혁명이었다.

프랑스대혁명은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했지만 결국 시민에 의한 통치, 공화정이라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내었고 오늘날 전 세계의 정치질서로 자리잡았다.

근대사회의 핵심은 신이나 종교, 신화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계몽된 인간의 이성에 기초하여 합리적인 추론과 판단에 따라 모든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질서가 모두가 인정하고 받아들일 만큼 합당하고 옳은 것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성과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인 추론과 합의의 과정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받아야 한다. 자연현상은 원인과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크게 이의가 없으나 사회현상은 어떤 관점으로 인과관계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어 다양한 이견이 생겨나게 된다.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계몽’이 매우 중요하다. 계몽은 인간이 스스로 추론하며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데 이 판단 능력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이 판단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오늘날 교육은 바로 이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근대사회에서는 교육을 시민이 반드시 받아야 할 의무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계몽된 인간들이 합리적인 추론과 토론, 합의의 과정을 거치면 항상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을까? 우리가 잘 아는 바대로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질서 역시 인간을 억압과 지배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진 못했다.

제1차, 제2차 등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수많은 인간이 잘못된 판단에 따라 사냥하듯 살해되었고, 근대사회의 문화예술과 철학, 인문학을 꽃피웠던 독일의 시민 대다수가 독재자 히틀러를 찬양하며 유대인 학살에 동참하였다. 그뿐인가.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실현되는 것이라며 유럽 지성인들의 찬사를 들었던 러시아혁명은 결국 스탈린의 독재체제를 탄생시켰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을 정치적 이유로 학살하였다.

이런 과정들을 보면서 과연 인간의 이성은 신뢰할만한 것인가? 아니면 절대적이라는 이성도 왜곡되고 변질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겨날 수 밖에 없었다. 그 해답으로 제시된 것이 『계몽의 변증법』이다.

『계몽의 변증법』에서는 계몽은 인간을 미신과 무지로부터 해방시키고,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지만 자칫 인간을 새로운 형태의 억압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계몽이 자본주의적 상업화, 권력의 사유화 등과 결합하여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활용되면 이성은 왜곡되어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고 합리적인 판단을 상실하게 만들어 지배와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국민 중 대학졸업자의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계몽의 변증법』을 다시 추켜 들게 한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오늘의 길목]`계몽의 변증법'을 다시 꺼내 들다

[사설]새만금사업, 국정과제로 삼아 적극 추진해야

[사설]전북, 세계유산 활용방안 모색 나서야

[삶의 향기]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 문화가 깃든 전주시가 되길 바란다

[사설]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지역화폐 국비지원 절실

[생의 한가운데]국민주권정부, 진짜 재생에너지 정책을 기대한다

[온누리]내 눈을 보호하는 여름 필수품, 똑똑한 선

[사설]전주시 도시계획 규제완화, 기대 크다

[오늘의 길목]그대, 진정 혁신을 원하시는가?

[특별기고]북극항로와 새만금항

[오늘과 내일]간질 성 방광염, 말 못 할 고통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 국가유산 관리 현장직무훈련 시행

'특별한 동행' 도새마을부녀회, 백일홍회 간담회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전북동부지사, 폐 배터리 재활용 사회공헌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