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우리 미학2]지구 풍랑 먹구름 시대에 빛은 어디에서

신생전북론44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1월 03일 14시50분

3. 북극성이 뿌린 빛방울 은하수의 남 행로 - 남사상(南思想)

(43회에 이어서) 북극성 빛방울이 남으로 내려오다가 떨구고, 튀고, 번진 동뫼(똥뫼), 빛방울이 건너온 뫼, 가람, 들이 곧 백수(百水)고 이 백수를 건넌 무리들이 백제(百濟)라고들 한다. 김남수는 홀본(忽本)부여에서 '홀본'에 착안하여 독창적인 '홀본미학'을 펼치고 있다.

"(홀본은) 해(日) >홀(忽).....이 둘의 결합으로서 일렁이는 호수의 표면에 산란하는 반사광 혹은 '그 반사광의 광휘'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홀(忽)이 시간적으로는 '찰나' '순간' 등을 뜻하기에 그 광휘의 영역은 일렁이는 물결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적인 체험 세계로 표상한다. 이 체험 세계는 숭고하기도 하고 상서롭기도 한 것이다. 우리가 광명이세(光明理世)라고 할 때, 이러한 홀본의 미학이 깔려 있다고 해야겠다. 수월(水月, 수운과 해월로 읽힌다)이 있는가 하면, 홀본(忽本)이 있는 것이다. 홀본은 reflected sunlight로서 태양윤슬이라 하겠다.....백제(百濟)의 '제(濟)'는 "건너다" 라는 뜻이며, 이는 '홀본'의 광휘가 일렁이는 크고 작은 물을 건넌다는 것이다. 아마도 '홀본부여'가 어디로 비정되는가에 따라 그 물이 어디인가 특정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물을 건너다" 라는 사건이 소서노, 비류, 온조와 그의 무리가 경험하고 내면화하여 국호를 백제(百濟)라고 쓰게 된 것이다." - 김남수 2024.페이스북에서 -

김남수의 이 글에서 나는 북극성 빛의 좌향에서는 온누리가 남(南)이 된다고 본다. 김남수가 독창적으로 해석한 홀본의 여정이 남사상의 여정이라는 생각이다. 다석연구자이자 미술비평가이며, 철학가인 김종길에 따르면 북극성 좌향이면 북극해 밑으로는 모두 남이 된다. 홀본의 시간 파동을 이으면 강증산의 만국활계남조선(萬國活計南朝鮮)이라는 '남사상(南思想)'의 행로가 된다. 이때 우리 역사에서 '남'은 '앞으로'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광주광역시 소재 [인문학교육연구소] 소장이자 철학가인 양진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최남선 이전에) 남조선’을 전혀 의외의 의미로 풀어낸 탁월한 해석자가 한 사람 있었습니다. “시속에 남조선(南朝鮮) 사람이라 이르나니, 이는 남은 조선 사람이란 말이라. 동서 각 교파에 빼앗기고 남은 못난 사람에게 길운(吉運)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니 그들을 잘 가르치라.”(道典 6:60) “남조선배가 범피중류(汎彼中流)로다" 하고 노래하시며 말씀하시기를 "갑오년(甲午年)에는 상륙을 못하여 풍파를 당하였으나 이제는 상륙하였으니 풍파는 없으리라. 장차 조선이 제일로 좋으니라. 하시니라.”(道典 5:388) 이 짧은 두 마디에서 강일순은 남조선은 ‘남은 조선’이라는 놀라운 선언을 합니다. 이리 채이고 저리 뺏기고 좋은 자리 못 가고 “남은 못난 사람”들, 바로 민(民)이 있을 곳이 남조선이며, 그곳이 제일로 좋은 “장차 조선”이라고 말입니다.

시제상 아직 오지 않은(언젠가는 올) 앞날과 피억압자로서의 나머지(他者; the other)를 품고있는 ‘남’ 사상. 하삼도(下三道)라고 부르면 아무런 감흥이 없다가도 ‘남도(南都)’ 하면 괜시리 가슴이 딩하니 울리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무의식에 이런 ‘남南 = 앞날 = 민民’이라는 정식이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 양진호 2024.10 -

'남'은 남은 날, 나머지 사람들의 '남', 시간의 나머지로서 '남', 그래서 새로운 앞으로의 '남'을 나머지들이 '낳는다'의 '남'이라고 할 수 있다. 약육강식의 만국공법이 만국병마의 학살을 자행하고, 6차 생물 대변혁, 기후 대변혁의 지구 풍랑 먹구름 역사시대에 무엇을 낳아 지구 대순환 대생성의 앞날을 열 것인가? 홀개, 홀본의 행로가 남이라 하였다. 남사상의 행로자 동이는 무엇일까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4. 동이의 궁궁을미학

강희자전(1716년)과 후한대 허신의 설문해자 자전(120년)에 의존해서는 범동이족 상나라(BC1600~1046)의 갑골문자, 초문, 금문에 상형된 동이족의 사유를 알 수 없다.

일례로 흔히 오랑캐 이夷는 오랑캐가 아니라 빛을 모시는 사람들이다. "설문해자"는 '이(夷)'의 어원을 '큰 활을 가진 사람'이라 해석하였으며, '이(夷)'라는 글자는 '대(大)'와 '궁(弓)'이 합쳐서 만들어졌다고 하나 상나라(은나라) 동이족들의 갑골문에서는 다르게 나타나 지금은 타당성이 없다고 한다. 이(夷)는 빛에서 연원하는 것으로 본다.

동이(東夷)의 활 궁(弓)은 북극성 빛의 포태다. 초생(표준어 초승)에서 보름달로의 포태, 차고 빔은 활 시위의 늦추고 당김과 같다. 동이는 곧 달이며, 북극성 빛이며, 북두칠성의 북두레박이다.

위 내용은 권선희의 연구에 도움을 받아 내 의견을 덧붙인 것이다.

동이는 달, 빛 모심(侍)이다. 동학 이전의 동학 장독대 정안수(표준어 정화수)는 빛, 달 모심이다. 동이로부터 포태 생성의 여성성을 생각한다. 이때 여성성이란 생물학적 여성을 말함이 아니다. 천지인을 품는 거룩한 마음을 어머니 마음이라 부르는 것이다. 동이의 마음이 곧 동학의 원형이었다. 동이들은 빛을 모시고 춤추고 노래했다. 사람(人)이 빛을 받으려 두 팔을 벌리니 대(大)요, 대 위에 한줄기 빛(일一)이 서리니 하늘 천(天)이다. 동이의 달 모심에서 초생(표준어 초승)과 보름의 변화 역(易)을 떠올린다.

동이가 곧 지금의 한겨레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상나라 동이가 한자를 만든 것은 중국도 인정하지만 그게 곧 한겨레 운운하는 터무니 없는 민족주의는 금물이다. 다만 갑골문을 만든 동이들의 사유는 동북아에 넓게 퍼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주몽, 혁거세 등의 난생설화는 그 흔적이다. 알이라는 것은 곧 빛알이다.

지금 나머지 남 그 남쪽 별이 새로 떠서 빛방울을 뿌린다면 그 은하수로 가는 오작교는 무엇인가? 나머지 남, 남은 날들의 앞날로서 남은 가득하다.

5. 지구 풍랑 먹구름 시대의 남홀개

김남수의 '홀본의 빛'이 남으로 내려와 남사상이 되고 뭇생명들의 남은 날들이 초생에서 보름으로 포태와 생성을 거듭하다가 어느날 문득 홀연히 새세상이 열리는데 이를 동학에서는 다시개벽, 또는 '홀개'(忽開 - 43회 참조)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사실주의자(리얼리스트)들이 넘쳐나서 문제이고, 그래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주의의 다른 말은 현실 기회주의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실주의가 아니라 개벽의 홀개를 부르는 거대한 상상을 가진 판타지스트가 없어서 문제다. 대중적으로 들끓는 판타지 미학이 필요하다. 그런 '장소의 혼'(최원식)을 옛에서 찾으라면 홀본에서 고구려로의 여정일까? 신라 서라벌일까? 마땅하다. 고려 벽란도일까? 그도 마땅하다. 장보고의 청해진이 있기도 하다. 장보고 시대 당시 청해진(완도)은 백제 유민 수용소이고 천민 거주지였다. 그곳에 백제 유민 장보고가 국제무역항을 열어 들끓었다. 무역을 말함이 아니고 자유로운 상상의 도전이 저 멀리 아랍 색목인까지 연결되며 동과 서가, 옛과 지금이 함께 들끓었음을 말한다. 1894년 동학국 6개월, 민중의 자기통치 장소였던 전라도 53군현을 빼놓을 수 없다. 봉기와 저항이 아니라 남은 날들을 열어 제치는 서사의 원천지들인 것이다.

이곳들을 추상화하면 개방성, 다양성, 세계성, 독창성, 잡다이질한 교류성일 텐데, 이는 "들끓는 장소"이고 김종길 식으로는 '뚫어 솟는 곳'이고 양진호 식으로는 '신 낳는 곳'이고 김남수 식으로는 '홀본의 장소'다. 필자식으로는 개벽문명의 농시(農市, 農侍) 판타지 (fantasy)의 장소다. 판타지가 없어서 문제지만 판타지가 근거 없이 공중에 뜬 옥경대라면 아니함만도 못하다.

빛이 남이고, 남이 홀연히 열리는 남홀개(南忽開)로 이 나라의 예술과 사상, 철학이 가야할 길을 생각하며 적었다. 남홀개의 새 하늘, 새 땅, 새사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펼쳐지는 것일까?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상세히 펼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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