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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미래] 큰 물고기들만 빠져나가는 촘촘한 그물

법 위에 군림하는 자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14일 14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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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검사의 탄핵이 기각되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증거들이 조작되었음이 밝혀지고 검찰이 큰 위기에 처하자,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사건을 가져와 뒤늦게 보복 기소를 감행하는 등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를 국회가 탄핵 소추하였고, 헌재에 의해 기각되었다.

일반인 범죄기록 무단 열람, 처남 마약 투약 사건 수사 무마,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리조트 접대 등의 협의를 받은 이정섭 검사의 탄핵 소추도 헌재에서 기각되었다.

대한민국 검사는 절대적인 성역이 되었다. 검사들은 행정부인 법무부 외청의 공무원이다. 작년 공무원들의 파면 건수는 134건이었다. 해마다 100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파면된다. 그들의 파면은 감사나 조사를 바탕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하지만 검사들의 탄핵은 그리 간단치 않다. 검사의 탄핵은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 소추가 의결되고, 헌재의 심판으로 결정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음주운전만 해도 사회적 지탄을 받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일반 공무원들에 비해 대한민국에서 검사들을 징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한민국 검사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다. 누군가에게 벌을 주기 위해 기소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벌을 사하여 주기 위해 기소를 안 할 수도 있다. 오로지 검사 개인의 판단이다. 우리는 이것을 기소독점주의라고 부르고, 기소편의주의라고 부른다.

누군가를 법의 심판대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검사만이 할 수 있다. 그들은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검사동일체! 모든 검사가 동일한 권한을 행사하고, 각 검사의 활동이 검찰총장의 지휘·감독하에 통일된다. 상명하복이다. 쉽게 얘기하면 공부 잘하는 무도한 집단이다.

검사들의 수장인 검찰총장 출신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실과 행정부처 및 사정기관들을 검사들이 장악하였다. 이른바 검찰공화국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엄격한 삼권분립 국가이다. 국민들의 선택으로 뽑힌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며, 민의를 대변한다. 개인이 아니라 유권자들을 대신하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이 통과시킨 법안 24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그중 4건은 대통령 부인과 관련된 특검법이다. 대통령의 권한이 자기 부인을 방어하기 위해 사적으로 사용되었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며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훼손하였다. 대통령은 현재 헌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

법 위에, 헌법 위에, 그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국민들에게 선택받은 권력도 아니고 입법, 사법, 행정에 소속된 공직자도 아니다. 단지 대통령의 부인일 뿐이다. 대한민국 공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무한한 권력을 가졌다. 온 국민들이 그가 명품백을 선물받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모두 검찰로부터 불기소 되었다.

명품백 관련 대통령 부인의 검찰조사는 이른바‘콜검’, 찾아가는 출장서비스로 이루어졌다.

검찰청에 나가 조사받아야 할 영부인이 자기가 있는 곳으로 검사들을 불렀다. 검사들은 그들의 신분증과 휴대폰을 반납하고 영부인을 만났다. 서열관계를 동물적으로 파악하는 검사들에게 신분증과 핸드폰을 지참하고 영부인을 조사하는 것은 어쩌면 불경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 부인이 경찰들을 대동하고 마포대교를 순시하였다. “경청, 조치, 개선”등의 언행은 마치 통치자를 연상캐 하였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이제 옛날 교과서에나 나오는 고전이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법이란 “큰 물고기만 빠져나가는 촘촘한 그물”이 되었다. /이원택(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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